퍼펙트 커플
재키 캐블러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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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떠나 브리스톨의 고급주택가 클리프턴에 자리를 잡은 30대 부부 젬마와 대니는 새 집과 주변 풍광에 만족하며 여유 있는 삶을 만끽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 대니가 사라지고, 젬마는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그 무렵 대니와 비슷한 외모의 남자들이 연이어 살해당한 사건 때문에 초긴장상태에 있던 경찰은 대니 역시 동일범에 의한 피해자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정황이 젬마를 가리키기 시작합니다. 경찰은 대니가 오래 전에 런던에서 살해됐을 지도 모른다는 추정과 함께 젬마를 의심하는데, 대니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혐의를 벗을 수 없음을 깨달은 젬마는 공포와 절망감에 사로잡힙니다.

 

여러 번 실망을 겪은 탓에 웬만해선 가족이나 부부가 등장하는 심리 스릴러는 읽지 않는 편인데, ‘나를 찾아줘와 비슷한 인상을 풍기는 홍보카피에 끌려 읽게 된 작품입니다. 100페이지 내에 확실한 미끼가 안 보이면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첫 장을 펼쳤는데, 초반부터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흥미로운 경찰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어떻게든 끝까지 달려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이야기의 뼈대는 심플합니다. 멀쩡하던 남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와 비슷한 외모의 남자들이 연이어 살해되고, 경찰은 남편을 잃은 아내를 동정하다가 점차 그녀가 혹시 연쇄살인범이 아닐까?”라고 추정하게 되고, 그러다가 막판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실종과 살인의 진상이 밝혀집니다.

 

사라진 남편 때문에 절망에 빠진 젬마의 공포와 불안정한 심리가 꽤 많은 분량에 걸쳐 반복적으로 묘사된 점은 읽기 전부터 각오한 바지만, 그래도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행보가 한 챕터씩 번갈아 전개된 덕분에 지루하고 실망스럽기만 했던 다른 심리 스릴러들에 비하면 페이지를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단서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젬마가 점차 유력한 용의자로 업그레이드되는 구성은 그 자체로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혹시 젬마가 진짜 범인일까?”라는, 위화감 가득한 의구심까지 갖게 만들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밝혀진 대니 실종 사건의 진실이나 비슷한 외모를 가진 남자들이 연이어 살해당한 사건의 진상은 충격적인 반전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지만, 진범의 범행동기 자체는 예상 밖의 신선함(?)을 제공합니다.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에 운이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긴 했어도 뜻밖의 범행동기 덕분에 큰 허점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물론 독자에 따라 클라이맥스와 엔딩을 무리수로 평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고, 제 경우엔 심리 스릴러를 향해 한껏 낮아진 눈높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대보다 괜찮았다고 느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눈물과 한숨과 자책이 뒤섞인 젬마의 절망감에 대한 반복적 묘사라든가 경찰과 젬마 모두 각자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거듭 이리저리 가설을 세워보는 장면들이 간혹 짜증을 일으키긴 했지만 심리 스릴러와 연쇄살인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안배돼서 큰 거부감 없이 마지막까지 한 번에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그 매력이 온전히 발휘되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에이번 경찰서의 헬레나 경감과 데번 경사 콤비는 시리즈가 기대될 만큼 눈길을 끈 캐릭터였습니다.

 

그리 높은 평점을 주진 못했지만, 심리 스릴러에 지친 독자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니 다른 분들의 서평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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