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싶다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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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이던 딸 진경이 실종된 건 16년 전인 2003. 정상훈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을 돌며 전단지를 돌렸지만 아내마저 세상을 뜨자 자포자기하듯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고탐정이라는 수상한 인물이 찾아옵니다. 6개월에 6천만 원을 요구하며 자신이 납치살인범을 잡아 딸의 시신을 찾아낼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같은 처지였던 실종아동협회원으로부터 고탐정 덕분에 아들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상훈은 마지막 도박이란 심정으로 고탐정과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용의자를 잡았다는 연락에 흥분과 분노에 사로잡힙니다. 그런데 그런 정상훈 앞에 부산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장 박진희가 나타나 고탐정은 실종자 가족을 이용하는 사기꾼이거나 가공할 살인범이라며 그에 관한 모든 것을 털어놓으라고 압박합니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족의 실종은 살인이나 사고보다 더 끔찍한 상처를 남기는 일입니다. 그것이 자발적인 가출이나 잠적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에 의한 것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납치범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그래서 이미 죽었더라도 납치당한 자의 시신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면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고탐정의 본명은 고남준. 20대 중반인 그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 번 본 얼굴은 절대 잊지 않는 이른바 슈퍼 리코그나이저(Super Recogniser)인 그는 사진으로든 방송으로든 한 번 본 용의자의 얼굴을 머릿속에 저장해놓았다가 실제로 그와 마주치는 순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초인식자입니다. 후천적인 계기로 그 능력을 갖게 된 남준이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유년기에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와 할머니의 학대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실종됐지만 경찰은 불륜+가출이라는 결론만 내리며 등을 돌렸고, 이후 남준은 경찰에 대한 지독한 불신과 증오심을 지니게 됩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능력을 실종자 가족을 위해 쓰기로 결심한 건 바로 그런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남준의 또 하나의 캐릭터는 사적 복수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범인을 찾는 것뿐 아니라 남준이 실종자 가족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엔 이런 것도 포함됩니다. “아버님이 생각하시는 거 도와드릴게요. 그놈을 그냥 살려둘 순 없죠.”

말하자면 남준은 괴물과 싸우기 위해 기꺼이 스스로 괴물이 된 인간입니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을 마다하지 않으며,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 뒤에는 흔적도 없이 처리합니다. 거기엔 일말의 고민도 주저함도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부산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장 박진희에게 꼬리를 잡히고 맙니다.

 

세컨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박진희는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경찰에 투신했고, 남성중심의 조직에서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어낸 인물입니다. 하지만 박진희는 좀더 큰 야망을 품고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고탐정은 승진과 명예를 한꺼번에 안겨줄 더없이 좋은 먹잇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애초 고탐정을 실종자 가족에게 돈이나 뜯어내는 사기꾼 혹은 제멋대로 점찍은 용의자를 살해하는 살인범으로 치부하던 박진희는 수사를 진행할수록 혼란에 빠집니다. 그의 진지한 태도와 능력을 직접 목격한데다 박진희 스스로 간절히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건의 범인까지 이미 알고 있다는 말에 흔들리고 만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탐정을 손아귀에 넣기로 한 박진희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노효두는 2021년에 출간된 면식범을 통해 먼저 알게 됐습니다. 역시 납치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좀더 복잡한 미스터리와 페이스오프 액션 스릴러를 겸비하여 개인적으로 꼽은 ‘2021년 미스터리&스릴러 베스트11’에도 포함시킨 작품인데, 덕분에 1년 먼저 출간된 찾고 싶다를 찾아 읽게 된 것입니다. ‘면식범때문에 기대치가 굉장히 높았던 탓에 살짝 싱겁게 느껴진 건 사실이지만,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만큼은 앞으로 나올 노효두의 작품에 큰 기대를 걸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납치나 실종도 좋고 그 어떤 소재라도 좋으니 연말쯤 노효두의 신작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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