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사육사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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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면 당신은 어디까지 할 수 있습니까?”

 

표지에 실린 카피만 봐도 이 작품이 사적 복수를 다루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소재지만 이제 더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래서인지 엇비슷한 전개 혹은 억지스러운 설정에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끄는 제목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던 건데, 결론부터 말하면 과연 이런 사적 복수를 계획할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과 설정 모두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줄거리를 거의 공개하지 않은 출판사의 간략한 소개글에 따르면 이 작품의 요점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인해 상식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인간들이 택한 복수의 방법은 상대방에게 똑같은 상실의 슬픔을 안겨주는 것’”입니다. 얼마든지 가능하고 잘만 다룬다면 새로운 사적 복수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읽는 내내 불편함과 반발심만 들었던 건 그 어디에서도 그럴 듯하다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적 복수를 결심하게 만든 애초의 사건은 충분히 비극적이긴 했지만 과연 이런 식의 극단적인 복수를 계획하게 만들 만큼 참혹하고 잔인했는가? 설령 그렇다 해도 복수 가담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과연 적절하고 치명적인가? , 그 방법이 상대방에게 똑같은 상실의 슬픔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복수 가담자들의 목표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그 목표 자체가 과연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No”입니다. 복수 가담자들이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입은 상처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지만, 이후 가해자를 응징하기 위한 그들의 행보, 즉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연구하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복수를 계획하는 과정은 전혀 상식적이지도 않고 납득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의 복수는 오히려 가담자들에게 더 큰 상처만 남길 뿐 정작 가해자가 똑같은 상실의 슬픔을 겪을 거라고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가담자들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도 없었고, 그 방법조차 억지스러웠던 탓에 이들의 사적 복수 이야기는 그저 공허하게만 느껴졌을 뿐입니다.

 

앞서 얼마든지 가능하고 잘만 다룬다면 새로운 사적 복수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설정이라고 언급했듯 설정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 설정을 독자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하기에는 인물도, 사건도, 복수의 방법도 허술하거나 억지스러웠고, 또 문장과 구성 등 전반적인 필력 역시 부족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적 복수 이야기를 좋아해서 기대감이 높았던 탓에 조금은 신랄할 혹평이 되고 말았는데, 많은 작가들이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댄 소재인 만큼 사적 복수를 구상하는 작가라면 좀더 치열한 고민과 정교한 설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독자의 고언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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