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두 여자친구를 살해한 죄로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토비아스는 자신 때문에 가족이 산산이 해체되고 가업이 몰락한 현실을 목도하곤 절망감과 분노에 사로잡힙니다.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상태에서 경찰이 들이민 정황 증거만으로 살인범 혐의를 썼던 토비아스는 뒤늦게라도 진실을 알아내려 하지만 폐쇄적인 고향마을 알텐하인 사람들은 그에게 철저히 등을 돌리고 혐오의 시선만 보낼 뿐입니다. 한편 베를린에 살다가 반강제로 따분한 시골마을 알텐하인에 머물게 된 18살 소녀 아멜리는 토비아스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흥분에 사로잡혀 독자적인 조사를 시작합니다.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11팀의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지하탱크에서 발견된 유골과 한 중년여성의 추락사고를 수사하던 중 토비아스 사건과의 연관성을 의심합니다. 그리고 곧 11년 전 경찰 수사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처음 읽은 건 꼭 10년 전의 일입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지만 한국에 가장 먼저 소개된 이유는 그만큼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났기 때문인데, 10년 만에 다시 읽어도 역시 그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몇 번이고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큰 틀은 스스로 살인을 저질렀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토비아스가 지독히도 폐쇄적인 고향마을 알텐하인에서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에는 따분한 일상에 질려있던 호기심 많은 18세 소녀 아멜리와 뛰어난 그림 재능을 갖고 있는 자폐증 환자 티스가 함께 합니다. 또한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토비아스 사건에 의문을 품게 된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알텐하인 주민들의 비밀들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이야기가 또 하나의 큰 축을 맡고 있습니다.

추악한 행적을 은폐하려는 악의, 피도 눈물도 없는 더러운 탐욕, 일그러진 애정에서 비롯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이주해오는 사람도 없이 토착민들이 대를 이으며 살고 있는 알텐하인의 폐쇄성까지 뒤섞인 11년 전의 진실은 피아와 보덴슈타인, 아멜리와 티스에 의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지만 거의 마지막 장까지 새로운 정보와 사실들이 연이어 터지는 탓에 독자 입장에선 쉽사리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앞선 타우누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도 워낙 많고 사건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짧게라도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불가능한 작품이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전작들과 달리 모든 요소들이 선명하게 전개되고 깔끔하게 정리돼서 조금의 불편함이나 두통을 겪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인물관계도를 그리거나 메모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복잡한 대목들이 등장하긴 합니다. 11년 전에 벌어진 사건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것을 은폐하고 조작했던 사람들의 머리수도 무척 많고 그들의 악의는 제각각 다른 모양새를 띠고 있는데다 그 뿌리부터 실타래처럼 뒤엉켜있어서 진실을 쫓는 모든 이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넬레 노이하우스는 (전작에서 다소 우왕좌왕했던 것과는 달리) 인물 하나하나, 단서 하나하나까지 잘 챙겨가며 자신이 짠 정교한 설계도에 따라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갑니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적잖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지루할 새가 없었던 건 바로 이런 매력들 덕분입니다.

 

사건 자체만큼 독자의 눈길을 끈 건 보덴슈타인의 개인사, 26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 코지마와의 갈등입니다. 거기다가 부하들의 잇단 일탈까지 겹치면서 보데슈타인은 일과 가정 모두를 상실한 듯한 자괴감과 절망감에 빠지는데, 늘 반듯하고 철두철미했던 보덴슈타인이 감정적으로 동요하며 수사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건 타우누스 시리즈의 독자에겐 안타까우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 출간 기준으로) ‘잔혹한 어머니의 날까지 모두 아홉 편의 작품이 소개됐지만 역시 타우누스 시리즈의 정점을 찍은 작품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입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각각 특별한 매력과 미덕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모든 요소들이 골고루 빛을 발하며 마지막까지 흥분과 긴장을 만끽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타우누스 시리즈뿐 아니라 스릴러 전체를 통틀어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작품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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