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행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8 미치 랩 시리즈 7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대선을 코앞에 두고 끔직한 폭탄테러 사건이 벌어져 민주당 후보인 조시 알렉산더의 아내와 경호원 등 다수가 사망합니다. 3개월 후, FBI 국장 아이린 케네디의 밀명을 받고 테러범을 잡기 위해 지중해의 키프로스에 머물던 미치 랩은 새 대통령의 취임식 1주일 전 보스니아 출신 암살자를 체포합니다. 하지만 랩이 확실한 증거를 포착하기도 전에 체포 사실이 세상에 공개됐고 FBI와 법무부가 사건을 채가려 하자 랩은 테러범만 넘긴 채 종적을 감춥니다. 그리고 합법적인 수사로는 알아낼 수 없는 사건의 진상을 캐기 위해 위험천만한 행보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도 없는데다 랩이 용의자를 고문했다는 의심까지 제기되자 CIA와 케네디 국장은 위기에 몰립니다. 케네디와 랩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부통령 당선자 마크 로스는 그들을 일거에 제거할 호기로 여기고 야비한 공격을 감행합니다.

 

미치 랩 시리즈일곱 번째 작품인 반역행위는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출간된 미치 랩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2015년 이후 더는 소식이 없으니 후속작 출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아 너무 아쉬울 뿐입니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3의 선택을 제외하고 대부분 작품에서 미치 랩의 주요 미션은 중동 테러리스트들과의 대결이었지만, ‘반역행위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배경으로 더럽고 비열한 정치적 음모와 폭탄테러 사건에 맞서는 랩의 활약을 그립니다. 초반에 독자에게 폭탄테러 사건의 범인과 배후는 물론 동기까지 다 밝혀지기 때문에 범인은 누구?”보다는 랩이 어떻게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자신과 케네디 국장, 그리고 CIA에 몰아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가 관심을 끌게 됩니다. 물론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 한 테러사건의 배후를 어떤 방식으로 통쾌하게 처단할 것인가도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미치 랩 시리즈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가 야비한 정치인들의 공격으로 위기에 빠진 랩과 케네디 국장의 반격인데, ‘반역행위는 그동안 CIA를 비호해온 헤이즈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포기한 상태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두 사람의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지경에 이릅니다. 무엇보다 새 대통령 취임을 1주일 앞둔 상태라는 시간제한 설정 때문에 긴장감과 초조함은 극도에 달합니다.

하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랩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느긋하고 여유 있습니다. 랩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테러범의 배후와 동기를 알아내는 것이지만, 그 전에 랩은 자신의 폭력적이고 불법적인수사방식을 비난하고 그걸 핑계 삼아 CIA를 공격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제대로 엿 먹이기 위한 흥미진진한 계획을 세웁니다. 랩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케네디 국장은 거의 홀로 십자포화를 맞으며 큰 위기에 빠지지만 끝까지 랩을 믿고 기다립니다.

 

대선을 둘러싼 폭탄테러의 진상은 정교하고 잔혹하지만 이야기의 큰 선은 제법 단순해서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심플한 인상을 줬습니다. 또 분량도 상대적으로 짧았는데, 그래서인지 스토리와 무관한 부연 설명들이 꽤 많아서 군데군데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야비한 적들을 무자비하게 응징하는 통쾌함은 여전해서 랩과 케네디 국장의 매력이 여느 작품 못잖게 빛을 발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미치 랩 시리즈는 아직까지 미국에서 계속 출간 중이었습니다. 빈스 플린은 2013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모두 13편의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이후로 Kyle Mills2015년부터 매년 한 편씩 미치 랩 시리즈를 출간했고, 2021년 현재 스무 번째 작품인 ‘Enemy at the Gates’가 나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미국에서 2006년에 출간된 반역행위에서 각각 39살과 45살인 미치 랩과 케네디 국장이 최소 50대 중반~60대 초반은 됐을 것 같은데, 과연 어떤 모습들로 활약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할 따름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적어도 빈스 플린이 집필한 나머지 6편이라도 한국에 소개되는 것인데, 요원하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한 번 미치 랩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채우고 싶은 마음에 미치 랩 시리즈는 아니지만 빈스 플린의 데뷔작인 임기종료를 조만간 읽을 생각인데, 희미하게나마 미치 랩의 그림자를 맛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