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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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살의 연방검사 제시카 야들리는 15년 전 프랑케슈타인의 신부로 불리며 파파라치의 표적이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라스베이거스를 공포로 빠뜨렸던 연쇄 강간살인마가 바로 그녀의 남편 에디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충격과 공포에 빠졌던 야들리는 이후 법 정신의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을 수료했으며 현재는 연방검사로 근무 중입니다. 15살 딸 타라, 동거남 웨스리와 함께 평범한 일상을 일궈오던 그녀에게 어느 날 전 남편 에디의 범행을 모방한 듯한 연쇄살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과거 야들리와 잠시 사귀었던 FBI요원 볼드윈은 그녀의 고통과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일말의 단서라도 잡기 위해 그녀에게 사형수로 복역 중인 에디와 면회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범인은 어떤 식으로든 에디와 소통한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미스터리는 물론 사형수로 복역 중인 연쇄살인마와 그의 전 아내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 사이의 고도의 심리전, 거기다가 중반 이후 팽팽하게 전개되는 법정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가 믹스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 제시카 야들리는 킬러스 와이프’, 즉 잔혹무도한 연쇄살인마의 전 아내라는 화인(火印)을 간직한 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 고통의 끝에서 인생의 진로를 바꿔 가정폭력과 성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능한 연방검사가 됐지만 그녀는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던 두 번째 위기에 빠지고 맙니다. 전 남편 사건 때와 다른 점이라면 그녀 곁엔 든든한 동거남 웨슬리와 사랑스러운 15살 딸 타라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은 모방범 체포를 기점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명확히 갈리는데, 그만큼 일찌감치 독자가 모방범을 추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의외의 인물이긴 하지만 독자에겐 모방범의 정체보다는 범행동기가 더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또 야들리의 전 남편인 사형수 에디와 어떤 식으로 연결됐는지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게 만드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이 궁금증과 긴장감은 후반부의 치열한 법정 공방전을 통해 더욱 가열되는데, 형사사건 검사와 변호사를 역임한 작가의 이력 덕분에 법정을 직접 지켜보는 듯한 사실감과 함께 색다른 반전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중간중간 위기를 맞긴 해도 혜안과 지략을 겸비한 연방검사 야들리의 맹활약은 존 그리샴의 명작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의 백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반항적인 사춘기 딸을 둔 엄마이자 연쇄살인마의 전 아내로 낙인 찍힌 순탄치 않은 그녀의 개인사 역시 검사로서의 맹활약 못잖게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마초적인 가부장제 조직인 검찰에 대한 비판도 흥미로웠는데, “감정을 드러내면 신뢰할 수 없는 감성적인 여인이 되어 버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는 차가운 쌍년이 되는 거고.”라는 야들리의 선배의 조언은 아무리 유능해도 쉽게 뚫을 수 없는 유리천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야들리가 내부의 적과도 치열하게 싸우며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들은 특별한 간식과도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지막 챕터에서의 반전은 무척 놀랍고 신선하긴 해도 독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작가가 공들여 복선도 깔아놓았고 합리적인 장치도 준비해놓은 건 분명하지만 다소 억지스럽기도 하고 반전을 위한 반전처럼 보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다 읽고도 풀리지 않은 의문 한 가지가 남아 무척 아쉬웠는데, 의문 자체가 스포일러라 더 이상 언급할 순 없지만 비슷한 아쉬움을 느낀 독자가 꽤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초중반부의 지나치게 디테일한 묘사들이 살짝 지루함을 안기긴 했지만(1개를 뺀 유일한 이유입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점점 속도감도 잘 붙고 긴장감도 팽팽해지는 힘 있는 작품입니다. 약간의 설명 부족과 풀리지 않은 마지막 의문이 아쉬움으로 남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무척 만족스러운 책읽기가 됐는데, 호기심에 다시 한 번 출판사의 소개글을 찾아보니 작가의 이력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화려해서 이 작품이 호응을 얻는다면 조만간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법정 스릴러를 무척 좋아하는데 앞으로 뉴 페이스인 빅터 메토스의 이름을 자주 들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족으로... (적어도 서평을 올리는 현재까지는) 인터넷 서점에서 킬러스 와이프를 입력하면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습니다. ‘Killer’, ‘Wife’ 또는 부제에 들어간 라스베이거스를 검색해야 되는데, 등록된 공식 제목이 ‘A Killer's Wife : 라스베이거스 연쇄살인의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터라 이 사실을 전달했는데, 답변에 따르면 나름 눈에 띄는 특징적인 제목을 짓기 위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아직 출간 안 됐나?”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가 다소 부실하기도 하고 짧게 요약된 줄거리도 문장이 너무 애매모호해서 한눈에 이해되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출판사의 첫 런칭 작품이라 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인데 나중에라도 이런 부분들이 꼭 수정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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