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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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독일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반의 멋진 콤비인 피아 키르히호프와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이 이끄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 편입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모든 시리즈를 읽었는데도 무슨 이유에선지 시리즈 첫 편인 이 작품만은 꽤 오랫동안 책장에서 제 선택을 외면당하고 있었습니다. 밀린 숙제를 하듯 방치했던 작품들을 하나씩 꺼내서 읽기로 한 덕분에 겨우 빛을 본 셈인데 결과적으로는 마치 두 주인공의 프리퀄을 만끽한 듯한 의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피아와 올리버는 각각 38, 45살의 나이로 등장합니다. (최근작인 잔혹한 어머니의 날에서 피아는 곧 만 50세를 앞두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랫동안 도시생활을 하다가 시골이라 할 수 있는 호프하임에서 반장과 신참으로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특히 피아는 평범한 주부를 요구했던 남편 때문에 7년의 공백 끝에 복직한 상태였고, 올리버는 강력11반의 쌩쌩하고 의욕적인 반장으로 등장해서 무척 신선하게 보였습니다. 상처받고 지친 모습이었던 두 주인공의 최근작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시리즈의 첫 편을 일부러 미뤄뒀다가 프리퀄처럼 읽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두 주인공의 첫날은 분주하게 시작됩니다. 청렴결백한데다 정치적 영향력도 있는 노()검사가 자살한 채 발견돼서 충격에 빠져있는데 현장을 채 살펴보기도 전에 젊은 여성 이자벨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후 피아와 올리버는 이자벨 사건에 전념하는데, 문제는 이자벨의 주변을 조사할수록 예상치 못한 추악한 사건들이 고구마줄기처럼 계속 딸려 나온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자벨이 남편이 근무하는 말 종합병원은 물론 그녀가 몸 담았던 유명 승마클럽 등 자취를 남긴 곳마다 온갖 추문과 오점을 뿌려온 탓에 아무도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는 점도 피아와 올리버를 당황케 만듭니다.

 

시리즈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다소 산만하고 복잡하게 보입니다. 그 누구도 용의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이자벨 주변의 인물들의 상황을 복잡하게 꼬아놓았고, 그런 탓에 피아와 올리버의 수사는 자연히 좌충우돌 동분서주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고구마줄기처럼 딸려 나온 사건들은 꽤 묵직하고 중요한 것들로 판명되지만 정작 이자벨 살인사건 자체와는 동떨어진 것들이라 피아와 올리버를 피곤하게만 만듭니다.

특히 시기와 질투, 탐욕과 불신으로 얽힌 이자벨 주변 인물들의 관계도가 너무 복잡해서 읽는 동안 몇 번씩이나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프리퀄처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아쉬움이 덜한 편이었지만 상대적으로 타우누스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입소문을 덜 탔던 건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만큼 복잡한 설계도를 그려내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엔딩을 끌어낸 건 대단한 일입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라는 제목보다 모두가 죽이고 싶었던 여자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만큼 수많은 용의자가 등장하고 그에 따른 부수적 사건들이 여러 건 등장하지만 그 거미줄 같은 상황 속에서 피아와 올리버는 집요한 추리와 탐문 끝에 진실을 찾아내는데, 다 읽고 복기해보면 그 복잡한 과정의 설계와 마무리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만한 저력이니 이후 타우누스 시리즈가 세상의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던 거겠죠.

 

혹시라도 저처럼 이 작품을 아직 안 읽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팬이라면 피아와 올리버의 첫 만남, 그리고 두 사람과 가까운 인물들(가족과 경찰 모두)의 첫 등장을 이 작품을 통해 꼭 맛보시기 바랍니다. 피아와 올리버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묘사한 문장들로 서평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 전 피아가 꽤 단신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줄무늬 셔츠에 밝은 색 리넨 양복을 입고 포도밭 사이로 걸어오는 그를 보며 피아는 저런 사람과 함께 일을 하는 건 과연 어떨까 생각해봤다. (중략) 그와 얘기하려면 178센티미터인 피아도 올려다봐야 한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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