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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마니악스 ㅣ 밀실살인게임 3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밀실살인게임 왕수비차잡기’, ‘밀실살인게임 2.0’에 이은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 시리즈’ 마지막 편입니다. (이 작품이 2011년에 출간된 뒤 더는 신작이 없었습니다.)
살인게임에 참가한 다섯 명은 각각 두광인, 044APD, aXe, 잔갸 군, 반도젠 교수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으며 특이한 가면을 쓰거나 흐릿한 화면 효과로 자신의 얼굴을 감춘 채 채팅에 참가합니다. 이들의 게임은 한 명이 살인사건에 관한 ‘문제’를 내고 나머지 네 명이 탐정이 되어 진상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문제는 그 살인사건이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더구나 ‘문제’를 낸 사람이 직접 저지른 살인이란 점입니다. 말하자면 아무런 동기도 없이 단지 ‘문제’를 내기 위해 살인이 실행되고, 거기에 동원된 트릭 – 밀실, 알리바이, 미싱링크 등 – 을 다른 살인마들이 맞히는 게임으로, 그야말로 우타노 쇼고 식 상상력의 끝판왕인 셈입니다.
사실 이 시리즈는 순서대로, 그것도 가급적 연이어 읽어야 각 작품 사이에 설치된 반전과 속임수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각 작품에 수록된 단편들, 즉 게이머들이 내놓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인) ‘문제’와 그 해법보다는 각 작품에 걸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게이머들의 정체와 행태가 훨씬 더 매력적이란 생각입니다. 가면이나 흐릿한 화면효과 뒤에 숨은 게이머들의 정체는 계속해서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일등공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록된 단편들의 재미와 만족도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별 3개(우타노 쇼고가 아니었다면 1~2개에 그쳤을 수도 있었습니다.)라는 야박한 평점을 준 건 ‘문제’로 등장한 살인사건과 트릭들이 하나 같이 황당하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너무 올드하거나, 너무 미래적이거나, 너무 억지스러워서 웃음조차 안 나오는 트릭들은 실망감 그 자체였습니다.
이 작품과 앞선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외부인이 인터넷에 올라온 게이머들의 채팅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자기들끼리 익명의 채팅방에서 벌이던 살인게임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면서 자랑질에 가까운 현시욕을 숨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살인마들에겐 무척이나 대담한 도전이자 위험한 시도인데 바로 이 설정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을 불러일으키는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다 읽은 뒤에 생각해보면 살짝 위화감이 들었던 대목들마다 작가의 힌트가 교묘하게 숨어있던 걸 깨달을 수 있는데, 이 뛰어난 설계능력만큼은 확실히 우타노 쇼고의 매력이자 미덕이라는 생각입니다.
우타노 쇼고답게 쉽게 예상하기 힘든 반전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게이머들의 살인과 그 미스터리 해법이 별 3개 수준이라 전체적으로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더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고 싶은 독자에겐 첫 편인 ‘밀실살인게임 왕수비차잡기’ 정도만 추천하고 싶은데, 첫 편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후속편인 ‘밀실살인게임 2.0’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긴 합니다만, 그 궁금증의 결과까지는 제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