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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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끝나지 않는 여름에 이은 셰리든 그랜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독일의 명품 스릴러 타우누스 시리즈의 작가인 넬레 노이하우스가 10대 소녀의 성장통을, 그것도 미국을 배경으로 그렸다는 것 자체가 무척 특이한 일인데, 앞선 두 작품 모두 (출판사가 명명한) ‘미스터리 로맨스이상의 재미와 긴장감, 그리고 묵직한 여운을 남긴 덕분에 셰리든 그랜트의 마지막 여정이 너무 궁금하고 기대됐던 게 사실입니다.

 

1990년대 중반, 주민 1,500명에 불과한 네브라스카 주 소도시 페어필드에서 무자비하고 잔혹한 10대 시절을 보낸 셰리든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지만 그 여정은 시작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고 이후 그녀의 삶은 21살이 되기까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만큼 혹독한 시련으로 채워지고 맙니다. (여기까지가 앞선 두 편의 대략의 내용입니다.)

성실한 외과의사 폴을 만나 가까스로 안식처를 찾은 듯 보였지만 셰리든의 심장은 그 안식처가 절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리고 실은 자신이 집과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결국 돌아온 탕아같은 모습으로 5년 만에 페어필드로 돌아온 셰리든은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지만 이내 다시 불안과 혼란에 빠져듭니다. 그런 그녀에게 기적 같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집니다. 진정한 사랑을 나눌 남자가 나타났고, 그녀의 음악적인 재능을 알아본 거대 음반회사의 러브콜이 도착합니다. 하지만 셰리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의 끔찍한 사건들은 언제든 그녀의 기적을 박살 낼 태세로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내 심장은 나에게 실수를 반복하게 했다.”


뒷표지에 실린 이 카피는 셰리든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한마디로 잘 압축해놓은 문장입니다. 10대 시절부터 누구보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의지를 지녔지만 그녀의 삶은 늘 타인에 의해 뒤흔들렸고,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한 채 끊임없는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만신창이로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출생의 비밀이 안긴 엄청난 충격,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된 의붓오빠의 광란의 살인, 결코 잊지 못할 강간의 악몽은 셰리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은 물론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들이었고, 21살이 된 현재까지도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름을 삼킨 소녀가 세 번의 여름에 걸친 10대 소녀 셰리든의 고통스런 성장기였다면, ‘끝나지 않는 여름은 그녀가 고향을 떠난 뒤에 겪은 악몽 같은 나날들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폭풍의 시간은 롤러코스터처럼 번갈아 벌어지는 극과 극의 사건들을 이겨낸 셰리든이 가까스로 사랑과 안식을 찾아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는 단순히 10대 소녀의 성장통 혹은 미스터리 로맨스라는 말랑말랑한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잔혹한 서사들이 등장합니다. 살인, 폭력, 매춘, 강간, 연쇄살인범 등 끔찍하고 가혹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어지간한 범죄스릴러를 능가하는 긴장감을 발산하기 때문입니다. 넬레 노이하우스 특유의 미스터리와 범죄스릴러 코드가 제대로 녹아있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폭풍의 시간은 앞선 두 작품에 등장했던 사건들과 셰리든의 10대 시절을 부족하지 않게 설명해주고 있지만, 그 작품들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조금은 감정이입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입니다. 앞선 두 작품에서 축적된 셰리든의 실수와 실패들이 폭풍의 시간속의 그녀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여름을 삼킨 소녀끝나지 않는 여름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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