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세화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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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실종됐던 세 어린이의 유골이 용무산에서 발견됩니다. 당시 경찰 수색에 참여했던 사회부 기자 김환은 이 잡듯 벌어졌던 수색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유골이 너무나 평범한 곳에서 발견된 점에 의문을 가집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 이상의 책임감을 느껴온 김환은 경찰과 법의학자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애쓰는 한편 스스로 과거의 취재영상들을 재검토하며 진실 찾기에 나섭니다. 그러던 중, 실종사건과 간접적으로 관련 있던 한 건설업자가 살해되자 김환은 두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있다는 확신을 갖습니다.

 

미스터리 속 피해자가 어린이들인 경우 사건의 비극성은 심연 같은 분위기를 갖기 마련입니다. 유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경찰이든 언론이든 사건에 개입한 사람들의 참담함이나 분노 역시 말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게 됩니다. 10년 전 세 어린이의 실종사건 보도를 담당했던 사회부 기자 김환은 오랜 시간동안 그 무게에 짓눌리면서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넘어 막대한 부채감까지 끌어안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런 김환에게 10년 만에 발견된 어린이들의 유골은 남다른 의미와 함께 반드시 진실을 찾아내라는 강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10년은 진실이 훼손되고도 남을 만큼 긴 시간입니다. 아무리 경찰 이상의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회부 기자라도 막연한 책임감과 사명감만으로 진실을 찾겠다고 뛰어들기 힘든 조건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갑작스런 살인사건이 끼어들면서 김환에게 아주 작은 실마리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폴리스라인으로 봉쇄된 사건현장에 잠입하는 무모함까지 발휘하면서 김환은 기어이 10년 전의 진실을 찾아냅니다.

 

마이클 코넬리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살인사건 전문기자 잭 매커보이의 활약을 보면 의외로 경찰이나 탐정 못잖게 기자라는 직업이 미스터리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총기가 난무하고 잔혹한 연쇄살인이 수시로 벌어지는 미국과는 환경 차이가 꽤 크지만 어쨌든 사회부 기자라는 직업은 강력사건 수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민간인이라는 점에서 미스터리 해결사로서 활약할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김환은 관할서 형사과장은 물론 인연이 있는 법의학자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얻는가 하면, 직접 발로 뛰어가며 10년 동안 자신이 놓친 게 있는지 확인하는 열혈 사회부 기자입니다. 부상을 입어가며 범행현장을 조사하는 행동력도 있고 입수한 단서들을 통해 차곡차곡 퍼즐을 완성해가는 추리력도 겸비한 인물입니다. 잭 매커보이만큼 엄청난 사건을 대한 건 아니지만 그의 성실한 활약은 충분히 눈길을 끌만했습니다.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사실 그만큼 아쉬움도 많은 작품이었는데, 무엇보다 다소 엉성해 보이는 몇몇 설정들이 초반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습니다. 매장된 상태에서 유골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사인은 저체온증이라는 황당한 추정을 합니다. 유골이 흐트러진 채 발견됐는데도 그 누구도 그 사실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이 허술한 대처들은 나중에 김환에 의해 모두 바로 잡히는데, 아무리 봐도 김환의 능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억지 설정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막판에 김환의 추리가 조금은 비약에 가까웠던 점이나 (등장인물 스스로 고백했듯) 경찰서 형사과장을 부하처럼 좌지우지하는 장면, 그리고 중반에 뜬금없이 나열된 과거의 황당한 제보들도 아쉬웠고, 김환이 방송국 내에서 겪는 갖은 핍박과 모욕은 그 맥락을 잘 알 수 없어서 그저 눈요기에 그쳤다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한국 미스터리 작가를 만난 건 무척 반가운 일이었지만 사회부 기자 김환이 시리즈 캐릭터로 자리 잡으려면 지금보다는 더 치밀한 설계와 함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문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환은 좀더 매력적이어야 하고, 올드하거나 단선적인 문장들도 다듬어져야 할 것 같고, 사건 자체는 물론 그 해법 과정도 호기심과 공감을 끌어낼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 미스터리를 아끼고 응원하는 마음은 늘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까지 무조건 감쌀 수는 없는 일이기에 개인적으론 책 뒤편에 실린 적잖은 추천사들이 조금은 난감하게 읽힌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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