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색의 독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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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꽤 많이 읽었는데, 그중 가장 처음 읽은 건 경시청 수사1과 형사 이누카이 하야토가 주인공인 살인마 잭의 고백’(2014)입니다. 그 뒤로 여러 시리즈와 스탠드얼론을 읽으면서 나카야마 시치리가 창조한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지켜봐왔지만 정작 가장 처음 만났던 이누카이와는 무려 7년 만에 재회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선 여러 작품이 출간된 이누카이 하야토 시리즈가 그동안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건 꽤 의아한 일입니다.

 

살인마 잭의 고백에서 이누카이는 피해자의 장기를 적출해간 전대미문의 연쇄살인범과 맞붙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뇌사, 장기기증, 연쇄살인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 작품인데 공교롭게도 이누카이에겐 신장이식이 필요한 딸이 있었고 그 때문에 제 기억 속의 이누카이는 꽤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로 자리 잡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누카이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형사보다 배우가 더 어울릴 법한 외모를 가졌고, 경찰 입문 전 연기학원을 다녔던 덕분에 작은 표정 변화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의 속셈이나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재능을 지녔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재능이 남자에게만 통한다는 점입니다. 즉 여자 용의자에 관한 한 그의 재능은 완전 제로였고, 그래서 매번 속절없이 속아 넘어간 탓에 얼굴값 못하는 이누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왠지 살인마 잭의 고백에서 만났던 이누카이와는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졌는데, 어쨌든 이 작품에서 일곱 가지 색깔에 비유된 지독한 범죄들을 해결하는 이누카이의 카리스마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여느 주인공들 못잖게 매력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반전의 제왕이라는 별명답게 각 작품마다 나카야마 시치리 특유의 반전 코드들이 잘 살아있습니다. 쉬워 보이거나 금세 해결될 것 같던 사건들은 대부분 이누카이의 막판 뒤집기에 의해 그 진실을 드러내곤 합니다. 단순한 졸음운전의 결과로 보이던 고속버스 사고의 내막(‘붉은 물’, ‘보라색 헌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중학생의 자살의 진실(‘검은 비둘기’), 신인작가의 죽음을 둘러싼 추악한 탐욕들(‘하얀 원고’), 노숙자-중학생-치매노인이 얽힌 비극(‘녹색 정원의 주인’) 등 일곱 가지 색깔로 비유된 소제목만큼이나 다양하고 특이한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매번 이누카이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이 사건 현장과 관련자들을 집요하게 훑어나간 끝에 진상과 진범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들은 짜릿함이나 통쾌함보다는 대체로 무거운 여운이 담긴 엔딩을 맞이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이누카이의 캐릭터가 시원시원하고 밝은 분위기의 멋진 해결사라기보다 유능하긴 해도 개인적인 아픔(아내와의 이혼, 입원중인 중학생 딸과의 갈등)을 안고 있는 고독하고 그늘진 형사에 좀더 가깝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 실제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어도 범인보다 더 죄가 무거운 간접 가해자가 자주 등장하는 점 역시 이누카이의 이런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정이란 생각입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후 이누카이 하야토 시리즈가 계속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나카야마 시치리에 대한 피로도가 살짝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이누카이의 활약을 그린 작품을 외면하는 건 아마도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음에는 단편보다는 좀더 묵직한 서사가 담긴 장편을 통해 이누카이와 만나기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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