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14살 소년 제이스는 우연히 살인현장을 목격한 일로 중요한 증인이 되지만 그와 동시에 잔혹한 킬러인 블랙웰 형제의 타깃이 됩니다. 제이스를 보호하던 민간 경비요원 제이미는 뛰어난 생존기술 교관 이선 서빈에게 제이스를 숨겨달라고 부탁합니다. 거친 산악지대에서 생존 캠프를 운영하는 이선은 아내 앨리슨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제이스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블랙웰 형제는 기어이 제이스의 행방을 알아냈고, 깊은 산속에서 훈련 중이던 이선과 제이스는 그들이 코앞까지 추격해왔음을 알게 됩니다. 험준한 산악, 뇌우와 폭풍, 그리고 거대한 화마까지 덮쳐온 가운데 제이스를 죽이려는 자들과 구출하려는 자들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옮긴이의 말의 첫 줄은 코맥 매카시가 클리프행어를 소설로 쓴다면?”입니다. 비록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유일하게 읽은 코맥 매카시의 작품이지만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비유였습니다. 무엇보다 그 작품에 등장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청부업자 안톤 시거를 연상시키는 살인마 블랙웰 형제가 주인공들 못잖게 눈길을 끌었는데,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 기대될 정도로 소름 돋는 캐릭터였습니다.

또 언제 봤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산악 액션스릴러 영화 클리프행어의 살벌한 긴장감 역시 이 작품에서 제대로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거기에다 화재에 관한 영화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는 분노의 역류의 매력 역시 이 작품 속에서 울창한 거봉들을 집어삼킨 거대한 화마를 통해 오랜만에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 코리타의 밤을 탐하다오늘 밤 안녕을이 할리우드에 딱 어울리는 엔터테인먼트 액션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제겐 호러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초자연 스릴러 작품들인 숨은 강죽음을 보는 눈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긴 탓에 오랜만에 만난 그의 산악+액션+화재+킬러 스릴러는 사뭇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느 쪽이 그의 전공인지 애매해지는 대목이지만 좋게 해석하면 스펙트럼이 무척 넓은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합니다. 살인을 목격한 14살 소년 제이스를 놓고 그를 죽이려는 무자비한 킬러 형제들과 그를 살리려는 여러 사람들의 긴박한 추격전이 대자연의 재앙을 배경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됩니다. 생존기술 캠프를 운영하는 이선 서빈, 그의 아내이자 산악지대 토박이인 앨리슨, 최정예 소방대원이었지만 동료를 잃은 뒤 화재 감시탑 요원이 된 해나 페이버가 제이스를 살리기 위한 고된 여정에 동참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이 작품의 제목은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이 아니라 내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자들이 더 맞는지도 모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작품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20215월 개봉) 속 주인공은 제이스를 찾기 위해 악전고투를 펼치는 생존기술 교관 이선 서빈이 아니라 화재 감시탑 요원이 된 해나 페이버(안젤리나 졸리)란 점입니다. 아무래도 제이스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물이다 보니 각색 과정에서 소설과는 다른 주인공이 탄생한 것 같은데, 그 때문에라도 영화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꼭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액션 스릴러의 모든 것을 담고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인데, 평점에서 별 1개를 뺀 이유는 막판 반전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언급은 못하지만) 이름까지 바꾸고 험악한 산악 캠프에 몸을 숨긴 제이스를 킬러 형제가 도대체 어떻게 찾아냈는지 계속 궁금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지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이지만 개인적으론 쉽게 죽일 수 있었는데 왜 굳이 이런 골치 아픈 판을 벌인 건가?”라는 의문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잘못 읽은 탓인지 작가의 설명이 부족했던 탓인지, 아니면 다소 억지스런 반전이었는지는 다 읽고도 확실한 판단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막판 반전의 모호함과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적잖은 분량임에도 한 호흡에 끝까지 달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거의 6년 만에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는데, 아직 출간 안 된 그의 작품이 좀더 한국에 많이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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