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 킴스톤 2
안젤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20년에 출간된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에 이은 킴 스톤 시리즈두 번째 작품입니다. 34살 킴 스톤은 연상의 띠 동갑 남자까지 제치고 이른 승진을 한 능력자이자 거침없는 언행과 뛰어난 직감에다 자신의 대로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매력적인 돌직구 형사입니다. 형사로서는 만점 캐릭터지만 킴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교술, 휘발된 감정과 공감능력, 상대는 안중에도 없는 거친 태도가 그것인데, 말하자면 화이트 소시오패스에 가깝다고 할까요?

 

하지만 킴의 이런 성격은 6살에 겪은 비극적인 가족사 때문입니다. 조현병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쌍둥이 동생을 잃은 킴은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동안 몸과 마음을 물샐 틈 없는 갑옷으로 걸어 잠갔고 그 빗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습니다. 덕분에 주위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년이란 비아냥도 듣지만, 킴의 동료들과 직속상관은 그녀의 진심과 능력을 잘 알기에 성난 고슴도치 같은 그녀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이 작품에서 킴은 두 개의 사건과 마주합니다. 하나는 아버지가 딸에게 가한 끔찍한 성적 학대 사건이고 또 하나는 강간피해자가 복역을 마친 가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입니다. 두 사건 모두 큰 어려움 없이 초반에 해결됩니다. 하지만 킴의 은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성적 학대 사건의 경우 현장에서 뭔가를 놓친 것만 같았고, 강간범 살인사건의 경우 범행 직전 범인을 진료했던 정신과 의사에게서 미묘한 의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독한 독설이 담긴 영국식 유머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팀원들과의 팀플레이가 돋보였던 전작에 비해 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은 킴 스톤의 원맨쇼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물론 성적 학대 사건은 팀원들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수행하지만, 메인 사건인 vs 정신과 의사의 대결은 다른 팀원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팽팽한 ‘1:1 대결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킴이 화이트 소시오패스라면,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악마적 능력을 지닌 정신과 의사 알렉산드라 손(이하 알렉스)은 진정한 소시오패스입니다. 출판사 소개글에선 그녀를 가스라이팅을 통해 완전범죄를 꿈꾸는 인물로 표현했는데, 본문에 따르면 조종하기 쉽고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망을 가진 사람들혹은 증오심과 복수심에 휩싸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조작 실험을 벌여 살인을 저지르도록 유도한 뒤 그 과정과 결과를 관찰하며 쾌감을 얻는 기괴한 캐릭터입니다. 말하자면 본인 스스로 소시오패스면서 불안한 심리에 빠진 환자를 조종하여 소시오패스로 거듭나게 만들려는 악마라는 뜻입니다.

 

사실 킴으로선 알렉스의 범죄를 입증하기가 난감합니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심증 하나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런 상황에서도 킴이 알렉스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알렉스가 킴의 소시오패스적 캐릭터에 집착하면서 그녀 주위를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소시오패스끼리 진정한 고수를 알아보고 한 판 승부를 노린다고 할까요? 이 작품의 원제가 ‘Evil Games’인 건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킴의 캐릭터와 활약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전작에 비하면 살짝 느슨하고 덜 액티브했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타인의 심리를 조작하는 정신과 의사이고 킴의 어릴 적 트라우마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다 보니 걸 크러쉬 형사의 화끈한 스릴러보다는 다소 미묘한 분위기의 사이코스릴러에 가까웠는데, 그런 탓에 독설이 깃든 영국식 유머와 티키타카 스타일의 팀플레이가 눈에 덜 띈 점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더불어 전작에서도 느꼈던 막판의 불친절함과 함께 다소 비약에 가까운 킴의 추리도 별 1개를 빼게 만든 주된 이유입니다. 전작의 서평에서 딱 떨어지고 확실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에서 이게 뭐지?’라는 의문이 들게 할 정도로 살짝 두루뭉술하거나 모호하게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다.”라고 쓴 적 있는데, 아무래도 이 부분은 작가의 고유한 성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킴 스톤의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가 유년기의 트라우마이기 때문에 시리즈 어느 작품에서든 한번쯤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것도 소시오패스 정신과 의사와의 대결을 통해 그려진 건 다소 의외이면서도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다만, 다음 작품에선 킴 스톤의 돌직구 매력과 함께 좌충우돌 팀플레이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사족으로... 이 작품의 원제 ‘Evil Games’와 번역제목 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사이의 거리감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원제 그대로 또는 직역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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