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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에 킬러가 산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4월
평점 :
공장 기숙사에 사는 코타리 토모야는 새벽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더구나 그 소리가 마치 칼이나 톱 따위로 시체를 자르는 것처럼 들리자 공포에 휩싸입니다. 때마침 인근에서 토막 난 여성들의 사체가 연이어 발견되자 코타리는 옆방에 사는 기분 나쁜 인상의 중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심을 굳히게 되고, 급기야 새벽녘 그를 미행하기에 이릅니다. 실제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코타리는 그대로 얼어붙지만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도 못한 채 전전긍긍할 따름입니다.
17번째로 만난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입니다. 한국 출간작이 26편인데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법의학교실 시리즈’를 제외하곤 스탠드얼론까지 모두 읽은 셈입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을 과하게 읽다 보면 피로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라 그의 작품을 좀 쉬엄쉬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번 신간이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게 사실인데, 분량(348p)도 얼마 안 되고 제목이나 표지로 보아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도 결국 그의 마력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매번 만점을 줄 수는 없었지만) 나름 신선하고 충격적인 막판 반전이 매력적이었던 탓에 주인공이 일찌감치 이웃의 연쇄살인마를 인지해버린 이 작품의 경우 남은 분량을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갈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직접 범죄현장을 목격한 코타리가 공포에 휩싸이는 것 말곤 딱히 할 일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코타리를 위해 두 가지 큰 설정을 준비합니다. 하나는 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코타리의 비밀스런 과거이고, 또 하나는 연애라고까진 할 수 없어도 코타리가 소중히 여기며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사내 동료 베츠미야 사호리입니다.
감춰야만 하는 과거 때문에 경찰과의 만남을 두려워한 코타리는 익명의 신고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만 경찰의 심문까지 피하진 못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경찰의 의심을 사게 되면서 코타리의 공포는 점점 더 극심해지고 맙니다. 더구나 자신의 의심을 눈치 챈 듯한 이웃남자가 어쩌면 자신이 아끼는 사호리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 코타리는 단독으로 사호리를 경호하기로 결심하지만 일은 그의 뜻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웃의 연쇄살인마에 대한 공포 외에 코타리에게 부여된 ‘감춰야 할 과거’와 ‘지켜야 할 연인’이란 두 가지 설정 덕분에 이야기는 꽤 촘촘하고 찰지게 전개됩니다. 또 나카야마 시치리의 트레이드마크인 ‘막판 반전’을 감안하면 이웃의 연쇄살인마 외에 분명 누군가 독자의 뒤통수를 칠 의외의 인물이 있을 게 분명하기에 그 인물을 찾으며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답지 않게 중후반부쯤 진범의 정체와 범행동기를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예상대로 흘러간 엔딩은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준 건 사실이지만 작품 자체가 가벼워 보여서 그랬는지 크게 위화감이 들거나 불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스터리 자체만 보면 중편이면 충분했을 이야기를 장편으로 늘린 ‘부작용’이 곳곳에서 보여서 살짝 지루해지기도 했는데, 과도하게 부풀려진 사족들(코타리의 과거, 경찰을 비롯한 조연들의 역할 등)이라든가 비슷한 상황의 동어반복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출판사에 대한 불만을 한두 가지만 언급하고 싶은데, 최소한의 교정조차 안 한 것 같은 숱한 ‘줄 바꾸기 오류’는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고, 인터넷 서점에 원작 제목(隣はシリアルキラー)과 일본 출간시점(2020년)을 소개하지 않은 건 무성의해 보였습니다. 또, 오프라인 서점에서라면 집어 드는 것 자체가 주저될 것 같은 유치한 표지는 차라리 원작 표지를 그대로 갖고 오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