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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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팡무는 자신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공안국 부국장 싱즈썬이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자 큰 충격을 받는다. 싱즈썬은 아동 인신매매 조직 수사를 위해 부하를 위장잠입 시켰는데 그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인신매매 조직의 함정에 빠지고 만 것. 하지만 CCTV는 물론 싱즈썬의 무고함을 밝혀줄 단서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아 팡무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경찰 내의 분위기마저 우호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팡무는 싱즈썬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납치된 여자아이들이 해외로 팔려 나가는 정황을 파악하게 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프로파일링’, ‘교화장에 이은 심리죄 시리즈세 번째 작품입니다. 주인공 팡무는 학생 시절부터 천재적인 프로파일링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벌어진 끔찍한 연쇄살인을 해결한 바 있고(‘프로파일링’), 졸업 후 경찰이 된 직후에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범죄 집단을 응징한 적도 있습니다.(‘교화장’)

이 작품 속 팡무에게선 이제 제법 베테랑의 품격까지 느낄 수 있는데, 그런 탓인지 그가 마주한 사건 역시 스케일도 커지고 비극이나 잔혹성의 깊이는 전작들보다 훨씬 더 깊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싱즈썬의 무고를 밝히고 그를 함정에 빠뜨린 아동 인신매매 조직을 쫓는 팡무의 여정은 외로움과 고달픔 그 자체입니다. 싱즈썬의 혐의를 벗길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자 경찰 내부에선 딱히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지도 않는 것은 물론 일부 간부들은 그의 자리를 탐내는 속내를 감추지 않기도 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행보가 번번이 누군가에게 간파당하자 팡무는 경찰 내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처지에 빠지고 맙니다.

애초 위장잠입을 시켰던 부하 외에 싱즈썬이 아무하고도 수사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음을 의아하게 여겼던 팡무는 뒤늦게 싱즈썬이 말할 수 없는 참혹한 비극을 겪었고 그 때문에 사적인 복수를 도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곤 상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단독수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몇 차례나 목숨이 날아갈 위기를 겪은 끝에 진실을 찾아내고 악의 세력들을 일망타진합니다.

 

사실 심리죄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선명하고 명쾌한 구조의 작품들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주인공 팡무가 프로파일러라 그런지 범죄 자체도 기괴하고 범행동기나 심리 역시 다소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 번째 작품인 검은 강은 전작들에 비하면 악당들의 캐릭터나 범행 자체가 구체적인데다, 팡무의 활약도 프로파일러보다는 물불 안 가리는 열혈형사에 가까워서 수월하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물론 곳곳에서 프로파일러 팡무의 맹활약도 맛볼 수 있어서 여러 가지 재미가 골고루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만, 범죄조직의 수법과 범행 스케일, 그리고 팡무의 목숨을 건 활약들 가운데 다소 사실감이 떨어지는 설정들이 자주 발견돼서 읽는 동안 여러 차례 위화감 또는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인데, 스포일러가 될 수 없어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런 아쉬움들이 적잖이 쌓인 탓에 높은 평점을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막다른 벽에 가로막힌 팡무의 다음 행보를 위한 단서들은 때론 너무 쉽게, 때론 느닷없는 조력자에 의해 제공됐고, 몇 차례 팡무의 목숨을 위협했던 극단의 위기들은 조금은 억지스럽게 해소되곤 합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태에서 거의 단독수사에 임한 팡무가 막판에 악당들을 예상외의 방법으로 궤멸시키는 대목은 흥미진진하긴 했지만 너무나도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한 나머지 허구의 냄새가 과하게 풍긴 점도 아쉬움 중 하나였습니다. , 소녀들을 해외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조직의 범행 수법도 그 규모나 잔악함에 비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로 어수룩하거나 허술해 보여서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몇몇 아쉬움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전작들에 비해 페이지터너로서의 위력은 가장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입니다. 피를 흠뻑 뒤집어쓰며 숱한 위기를 넘긴 팡무가 프로파일러를 넘어 뛰어난 현장 전문가로 성장하는 대목도 계속 눈길을 끌었는데, 덕분에 과연 다음에는 팡무가 어떤 사건들과 마주하게 될지 무척 기대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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