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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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끔찍한 살인마에게 가족을 잃은 에이머스 데커는 살아있으면 14살이 됐을 딸 몰리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 오하이오 벌링턴을 찾습니다. 하지만 데커를 기다리고 있던 건 말기 암 탓에 최근 출소한 메릴 호킨스였습니다. 13년 전, 첫 살인사건을 맡았던 신참 형사데커가 파트너 메리 랭커스터와 함께 체포했던 인물로, 당시 네 명을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받았던 호킨스는 벌링턴을 찾은 데커에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합니다. 얼마 안 가 데커는 자신과 메리가 13년 전 초동 수사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을 깨닫곤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호킨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개인적인 재수사를 결심합니다. 하지만 재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연이어 사건 주변의 인물들이 살해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이머스 데커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범인을 응징하고 무고한 사형수를 구해냈던 데커가 이번에는 13년 전 첫 살인사건 수사에서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오류를 바로잡는 일에 나섭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데다 현재 FBI 소속인 탓에 데커의 수사는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FBI는 개인적인 수사를 중단하고 팀에 합류할 것을 강요하고, 관할서인 벌링턴 경찰서의 관료들은 소송까지 감행하며 데커의 수사를 막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사건과 함께 데커를 괴롭히는 것은 자꾸 삑사리가 나는 기억력의 문제입니다. 전작인 폴른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뇌와 기억력의 이상 징후는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느낀 처연한 슬픔과 뒤섞이면서 불길한 징후를 발산합니다. 아내와 딸의 시신을 발견했던 영상이 끝없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가 하면, 수시로 예전에 살았던 집을 찾아가선 스스로 상처를 헤집곤 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살든가 현재에 살든가 둘 중 하나야. 양쪽을 동시에 살 수는 없어.”라는 독백은 여전히 가족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그의 안쓰러운 내면이 잘 드러난 대목입니다.

 

13년 전 파트너 메리와 현재 FBI 파트너 알렉스 재미슨이 본의 아니게 수사에서 빠지면서 데커는 홀로 사건을 떠맡을 위기에 처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지원군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 지원군은 시리즈 2괴물이라 불린 남자에서 사형수 신분이었다가 데커 덕분에 무죄를 입증 받아 자유의 몸이 된 전직 미식축구 선수 멜빈 마스입니다. 시리즈 3편인 죽음을 선택한 남자에서도 데커를 도운 경력이 있는 멜빈은 이번에는 단순한 엄호를 넘어 거의 파트너 수준의 맹활약을 펼쳐서 눈길을 끕니다.

 

이렇듯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총출동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꽤 야박한 평점을 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뭉뚱그려 이야기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스런 설정들입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까진 아니지만 약간 상세한 내용들이 소개됩니다)

 

우선, 데커와 메리가 데뷔전에서 저지른 실수들은 아무리 그들이 신참이고 13년 전의 일이라 해도 납득하기 힘든 것들입니다. ‘실수를 위한 실수로 보일 정도로 억지스러운 것도 문제지만, 더 황당한 건 당시 검사, 변호사, 과학수사팀까지 모두 그 실수를 놓쳤다는 점입니다.

또 현재 시점의 연쇄살인은 13년 전 진범의 소행이 분명한데, 문제는 진범이 자신에게 불리한 단서를 쥔 인물들은 죄다 죽이면서도 정작 가장 위험한 인물인 데커는 제대로제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건 종료 후 불필요하게 경찰과 FBI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데커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진범의 행동을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해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무리하게 사건의 외연을 확장한 점입니다. 호킨스의 무고함을 밝히고 데커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는 것이 목표였던 이야기지만, 막판에 이르러서는 FBI 본팀이 출동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그 외연이 확장되는데, 문제는 그 확장이 전혀 그럴듯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런 불만은 죽음을 선택한 남자에서도 똑같이 느꼈는데, 그의 캐릭터와 안 맞는 뜬금없는 이야기의 확장은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좋아하는 시리즈인 건 분명하지만 작품마다 호불호가 갈린 것도 사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인사건이나 무고사건 등 일반적인 사건을 다룬 작품들은 마음에 들었지만, 국가기관이 개입할 만큼 스케일이 큰 작품들은 모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부디 데커에게 어울릴 만한 일반적인 사건이 다뤄지길 바랄 뿐입니다.

 

사족으로... 캣 콜링(111p), 홀마크 영화(176p), 맥스교도소(323p) 등 각주가 필요한 단어가 종종 있었는데, 맥락 상 무슨 뜻인지 눈치 챌 순 있었지만 그래도 설명 한마디 없던 건 이해가 안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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