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 중반부쯤 밝혀지는 중요한 설정 한 가지가 포함된 서평입니다.

다만, 출판사 소개글에도 전부 공개된 내용이라 스포일러는 아니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킬러 또는 살인청부업이라는 소재는 한국에서는 무척 비현실적인 소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현실성 때문에 더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킬러 액션 스릴러는 방진호의 방의강 시리즈입니다.

특전사 출신의 못 말리는 공처가인 그가 전설의 킬러로 활약하는 스토리는

잔혹하고 리얼한 묘사에 액션 스릴러의 미덕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해서도 꽤 불만이 있었는데, 전에 쓴 서평을 그대로 옮기면,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방의강이 킬러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느껴진 위화감이었습니다.

동네 형의 소개로 킬러회사에 취직하는데, 이 이상한 취직이 너무 쉽게 이뤄진 건 아닐까?”

 

심여사는 킬러는 무척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킬러 스릴러임에 분명합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어렵게 남매를 키우며 정육점에서 일하던 50대 아줌마가

어느 날 흥신소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업계 최고의 킬러로 변신하는 과정은 물론

라이벌 업체와의 치열한 대결 와중에 자신처럼 킬러가 된 아들과 맞붙게 된다는 스토리는

다소 허황된 설정이긴 해도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여사는 킬러는 초반부터 방의강 시리즈와 똑같은 아쉬움을 느끼게 했는데,

그나마 방의강은 (무기 하나 제대로 못 다루긴 해도) ‘특전사라는 그럴듯한 배경이 있지만

심여사에겐 숙련된 정육점 칼잡이라는 이력 외엔 달리 킬러의 자질이 안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가 일시적이나마 생활고를 해결해줄 3천만 원이란 돈에 킬러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아무래도 납득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심여사의 아들 진섭이 라이벌 업체의 킬러가 되는 과정은 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반듯한 성격에 명문대 재학 중 군대까지 다녀온 그가 어머니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일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는 킬러가 된다는 건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섭의 경우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살짝 보완하긴 했지만 여전히 억지스러웠습니다.)

 

일단 심여사가 킬러가 된 이후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고 독특하게 전개됩니다.

심여사는 물론 그녀 주위의 인물들이 번갈아 한 챕터씩 주인공을 맡는데,

살인청부업자, 심여사의 목표물, 심여사의 가족, 흥신소에 위장취업한 경찰의 아내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재미와 긴장을 함께 전해줍니다.

때론 메인 스토리와는 무관한 재미있는 막간극같은 챕터도 있지만,

역시 킬러가 된 심여사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읽힙니다.

 

특히 라이벌 관계인 스마일 흥신소와 해피 흥신소의 대결구도가 독자의 눈길을 끄는데,

심여사를 스카웃한 스마일 흥신소의 박태상이 본능적이고 드라마틱한 인물이라면,

아들 진섭을 스카웃한 라이벌 업체 해피 흥신소의 나한철은 계산적이고 냉혹한 인물입니다.

심여사와 나한철의 과거사가 끼어들면서 이 대결구도는 신파적 비극성(?)까지 띠게 되고,

거기에 엄마와 아들의 피할 수 없는 대결까지 덧붙여져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킬러 액션 스릴러지만 애틋한 로맨스, 소중한 가족애, 유쾌한 블랙코미디 등

다채로운 코드들이 맛있고 균형감 있게 잘 버무려져있는 것은 물론

비현실적이지만 오히려 그 비현실성 때문에 재미있게 읽혔던 작품인데,

아무래도 초반의 위화감을 잊지 못하다 보니 내내 목에 가시처럼 불편했던 게 사실입니다.

심여사와 아들 진섭이 킬러의 길을 걷게 된 과정만 설득력을 얻었다면

아무 고민 없이 별 5개를 줬을 작품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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