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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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잡지사 편집부 막내인 후지마는 연락이 끊긴 작가를 찾아갔다가 그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얼마 후 사건현장에 남아있던 육필원고를 전해 받아 읽은 후지마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 원고는 리호라는 여중생의 시점으로 쓰인 즈우노메 인형에 관한 잔혹한 도시전설인데,

다 읽은 직후부터 원고 속에 등장하는 검은 예복 차림의 요괴 즈우노메 인형

실제로 후지마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헛것이 아닌 분명 실체를 가진 듯한 그 인형에게서 명백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후지마는

작가 역시 그 원고를 읽은 뒤 인형에게 목숨을 잃은 것이 확실하며,

그렇다면 자신도 작가처럼 그 인형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그의 약혼녀이자 영 능력자인 히가 마코토를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노자키와 마코토는 즈우노메 인형이 원고를 읽은 자에게만 찾아오는 저주라고 판단하곤

그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들도 원고를 읽기 시작합니다.

 

2년 전(2018)에 출간된 보기왕이 온다의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입니다.

히가 자매 시리즈 2!’이라는 소개글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보기왕이 온다를 읽고 써놓은 서평을 찾아보니

정말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영 능력자 자매인 마코토와 코토코가 등장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제 기억력의 문제인지, ‘노자키 & 히가 자매의 존재감이 약했던 탓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호러영화는 어지간해선 못 볼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책으로 출간된 호러물은 제법 찾아 읽는 편인데,

즈우노메 인형은 미스터리 코드가 함께 깔려있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저주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워진 후지마와 그를 도우려는 노자키 & 마코토의 현재 이야기

여중생 리호가 쓴 (것으로 보이는) ‘도시전설 원고가 한 챕터씩 번갈아 등장합니다.

후지마 일행의 챕터는 원고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판단 하에

원고를 쓴 인물은 물론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찾아내려 애쓰는 절박한 과정이 실려 있고,

리호의 챕터는 즈우노메 인형이라는 도시전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 도시전설을 듣거나 읽은 자들이 어떻게 참혹하게 죽어갔는지 등을 상세히 묘사합니다.

 

저주가 담긴 도시전설을 원고로 직접 읽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그 내용을 듣기만 해도

붉은 실로 둘러싸인 검은 예복 차림의 인형에게 무참히 살해당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심을 자극하는 설정이지만,

리얼한 피범벅 영상이 떠오르게 만드는 사와무라 이치의 집요한 문장들까지 더해져

저 같은 호러영화 기피자에겐 꽤나 소름 돋는 책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 속에는 일본 호러의 대표작인 스즈키 코지의 이 자주 언급되는데,

저주의 영상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사망한 네 남녀 사건을 취재하던 주간지 기자가

문제의 비디오를 본 뒤 자신도 죽게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는 줄거리는

사뭇 이 작품의 큰 얼개와 유사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에 대한 오마주가 살짝 담긴 듯이 보이기도 했는데,

을 책으로 읽거나 영화로 본 독자라면 색다른 느낌으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막판에 작가가 ?”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거나

그 답변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억지스러웠다는 점입니다.

합리성, 현실성과는 거리가 먼 도시전설 원고 자체는 깔끔한 엔딩이란 게 없을 수도 있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그 원고 때문에 죽어야만 했나?”라는 미스터리에 대해

앞선 줄거리와는 다소 무관해 보이는 뜬금없는 살해동기를 답변으로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 도시전설 원고의 주인공인 여중생 리호의 과거사에 관한 일종의 말장난 같은 반전 역시

정정당당한 서술트릭이 아니라 작가의 반칙처럼 읽힌 게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막판에 가서 그동안 쌓아온 에너지가 다소 허무하게 소멸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워낙 호흡도 빠르고, 호러의 맛이 잘 살아있어서 금세 마지막 장까지 달릴 수 있는 작품이니

전형적인 일본 호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꽤 만족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미스터리 코드에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호러 자체를 만끽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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