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콜드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8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의학 컨퍼런스 참석 차 와이오밍에 온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일행과 함께 계획에 없던 스키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눈보라로 인해 사고를 당한 그들은 사투 끝에 외부와 단절된 외진 마을에 도착한다.

똑같이 생긴 열두 채의 집만 덩그러니 있을 뿐 인적 하나 없는 그곳에서

죽은 동물들과 알 수 없는 핏자국들을 발견한 아일스 일행은 공포에 사로잡히지만

외부와 연락할 길이 없는 상태에서 기약 없는 고립의 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한편 리졸리는 아일스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을 접하곤 와이오밍으로 급히 달려가지만

그곳에서 들은 비극적인 소식에 사색이 되고 만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보스턴경찰서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 콤비의 여덟 번째 작품이자

한국에 소개된 시리즈 마지막 작품입니다.

2013년에 이 작품이 출간됐으니 7년 동안 신작 소식이 없었던 셈인데,

미국에서는 이후 네 작품이 더, 즉 시리즈 열두 번째 작품까지 출간됐다고 합니다.

테스 게리첸의 팬 입장에선 너무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

뒤늦게라도 남은 작품들이 한국에도 소개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작품의 주 무대는 두 사람의 홈그라운드인 보스턴이 아니라 와이오밍입니다.

그것도 평범한 살인사건 현장이 아니라 수상쩍기 짝이 없는 인적 없는 외진 마을과

그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험준한 한겨울의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외진 마을의 정체는 프롤로그에서 바로 공개되는데,

그곳은 모음교라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자급자족 마을이며,

신격화된 그곳의 리더는 주민들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13살 소녀까지 신부로 맞이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독재자입니다.

하지만 아일스 일행이 도착했을 때에는 인적이라곤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고,

방금 전까지 일상을 영위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만 기괴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요약하면 조난자들의 사투사이비 종교의 폐해가 믹스된 작품입니다.

시리즈 초기의 의사 3부작을 비롯 역대급으로 끔찍한 사건들을 해결하던 두 콤비가

조난사이비 종교라는 다소 이색적인 이야기에 뛰어든 셈입니다.

앞부분이 조난당한 아일스 일행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서바이벌 스토리라면,

중반 이후는 아일스를 찾던 리졸리가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파헤치는 스릴러 스토리입니다.

 

매력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희대의 연쇄살인마와 마주했던 두 콤비의 이전 이야기에 비하면

다소 단선적이고 싱겁게 읽힌 것이 솔직한 느낌입니다.

물론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다 보니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괜찮은 변화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의 진면목이 덜 보인 탓에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감을 못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마지막 장을 얼마 안 남기고 예상치 못한 반전들을 배치시켰는데,

덕분에 상투적인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고 적절한 수준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됐습니다.

이 작품의 말미에 다음 작품을 위한 꽤 매력적인 떡밥이 투척돼있는데,

앞서 언급한대로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궁금증과 아쉬움만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10여 년 전, ‘외과의사를 시작으로 몇 년 동안 탐닉했던 시리즈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시리즈 전체를 다시 읽었는데도 그 감흥은 여전했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라면, 무슨 계기로든 이 시리즈의 남은 작품들이 출간됐으면 하는 건데,

요원한 일이란 건 잘 알지만 그래도 그 바람을 놓지 않고 있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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