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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은 서비스데이’, ‘꽃밥’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슈카와 미나토입니다.
단편집인 ‘오늘은 서비스데이’와 ‘꽃밥’ 모두 죽음, 환생, 영혼 등을 다룬 작품들인데,
‘새빨간 사랑’ 역시 소재만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경향의 단편들이 수록돼있습니다.
다만 ‘오늘은 서비스데이’가 소동극 또는 라이트한 호러물의 느낌이 강했고,
‘꽃밥’이 죽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치유와 위로의 서사에 가까웠다면,
‘새빨간 사랑’은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로테스크하거나 잔혹동화 같은, 때론 공포심마저 일으키는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꽃밥’과 비교하면, 죽음과 영혼에 대해 정반대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할까요?
사자의 영혼을 사진 속에 가두는 것은 물론 시신마저 썩지 않게 만드는 신비한 사진사와
어딘가 불길해 보이는 숲속 장례식장의 이야기를 다룬 ‘영혼을 찍는 사진사’,
소개팅 사이트를 통해 만난 유부녀와 비오는 러브호텔 촌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동안
끔찍하게 살해당한 옛 여인의 영혼과 조우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레이니 엘렌’,
손이나 발이 없는 상대에게 성욕을 느끼는 아크로토모필리아를 그린 ‘내 이름은 프랜시스’,
달에서 온 여인에게 욕망을 품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언젠가 고요의 바다에’ 등
평범한 사고방식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독특한 괴담들이 수록돼있습니다.
‘몽환적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와 달리 집착, 욕망, 금기 같은 개념이 자주 떠오르곤 했는데
번역가 이규원 님은 윤리나 도덕 아래 짓눌린 ‘원초적인 욕망’을 언급하면서
이 작품을 읽는 동안 그 욕망이 폭로될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독자의 위태로움이
공포소설이 아닌 이 작품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가장 매력적으로 읽은 ‘영혼을 찍는 사진사’나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이규원 님의 설명을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인데,
영상으로 접하게 된다면 그 오싹함이 더욱 배가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 소개된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모두 여섯 편)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매번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특이한 맛을 느끼게 된 셈인데,
같은 소재라도 제각기 특별한 색채를 지니고 있어서 더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아직 못 읽은 그의 작품들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
아직 한국에 출간되지 않은 그의 작품들이 어떤 색깔을 지녔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