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밤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15년 전 기차사고로 쌍둥이 동생 리오를 잃고, 같은날 여자친구 모라가 행방불명된 형사 냅은

그날의 기억에 사로잡힌 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한 형사로부터 살인사건 현장에서 모라의 지문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은 냅은

15년 만에 나타난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며 다시 한 번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마을 근처의 버려진 군사 기지와 동생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국내 출간된 할런 코벤의 작품 15편 가운데 이 작품까지 6편을 읽었는데,

살짝 편차는 있어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책읽기를 선사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마도 시리즈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할런 코벤이라면 얼마든지 매력적인 시리즈 주인공을 만들고도 남을 작가인데,

작가의 취향이긴 하겠지만 신작을 읽을 때마다 그 아쉬움은 매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무척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풀 네임은 나폴레옹 뒤마이고 가까운 사람들을 그를 냅이라고 부릅니다.

코믹한 느낌까지 주는 이름에 비해 냅은 참혹한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쌍둥이 동생과 연인을 한날 잃어버린 냅은 15년이 지나도록 그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폭죽 터지듯 여러 사건이 한꺼번에 들이닥칩니다.

경찰 살인사건 현장에서 연인 모라의 지문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죽은 동생과 사라진 연인이 가입했던 비공식 동아리 음모론 클럽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클럽이 주시했던 마을 내 출입금지구역의 비밀에 새삼 주목하게 되는가 하면,

15년이 지나 벌어지는 클럽 멤버들을 겨냥한 듯한 살인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첫 페이지에 실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코벤에게 이 작품의 영감을 준 것은

어릴 적 접했던 마을 어딘가에 숨겨진 핵미사일 관제소가 있다!”라는 괴담이라고 합니다.

그 괴담을 바탕으로 코벤은 음모론 클럽’, 국가안보, 위장살인, 진범 찾기 미스터리 등

복잡하고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직조해냅니다.

 

처음엔 사건의 윤곽이 너무 쉽게 그려진다 싶어 이상했지만

역시나 코벤은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마지막 반전을 준비해놓았고,

그 반전은 속 시원한 엔딩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밝혀지지 않았던 게 모두에게 다행일 수도 있었던 참혹한 결말을 이끌어냅니다.

물론, 모든 게 밝혀짐으로써 정의는 구현되고 진실은 세상에 알려지게 됐지만,

냅을 비롯한 살아남은 자들 모두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다소 느슨해진 전개 때문에 살짝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곤 420여 페이지의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이야기는 빠르게 펼쳐집니다.

아직 영화화된 코벤의 작품을 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 역시 넷플릭스에서 제작된다고 하니

하루쯤 날을 잡아 코벤 데이로 삼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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