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 클럽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6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6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보스턴경찰서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 콤비의 여섯번째 작품입니다.

이전까지 잔혹한 범죄에 대처하는 두 주인공의 냉정하고 과학적인 수사를 그렸던 작가는

시리즈 팬들조차 깜짝 놀랄만한 획기적인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압축해서 이야기하면 악마주의 혹은 사탄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작품으로 리졸리&아일스 시리즈를 처음 만난 독자라면

들은 거랑 달리 완전 호러물이네.”라고 오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강도가 꽤 높습니다.

 

악마적 제의를 치른 듯한 토막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끔찍한 살인사건이 연이어 벌어집니다.

사건현장에선 거꾸로 그려진 십자가와 악마의 상징으로 보이는 기호들이 발견되는데,

심지어 피해자의 몸에 칼로 새겨진 채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사건들이 악마에 대해 연구하는 메피스토 클럽멤버들 주위에서 일어난다는 점인데,

이 멤버들은 단순히 오락용 모임을 즐기는 호사가들이 아니라 악에 대한 전문가들입니다.

성경의 외전(?)에녹서희년서에 등장하는 악령을 언급하며

악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체를 갖고 세상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데,

도무지 이 멤버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는 리졸리와 마우라는

피해자들을 추적한 끝에 12년 전 벌어진 일가족의 참사에 주목하게 됩니다.

 

사실, 고대 신화나 성경이 끼어든 상징적 살인을 다룬 미스터리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일단 신화나 성경을 잘 모르는데다 등장하는 개념들이 너무 추상적이다 보니

수학이나 과학처럼 딱 떨어지는 해답이 나와야 하는 미스터리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고,

그 모호함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답답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리졸리가 이 사람들 제정신이야?”라며 어이없어 할 때마다

맞아! 맞아!”하며 환호(?)하곤 했는데,

가끔은 악마주의와 사탄에 대한 메피스토 클럽 멤버들의 집요하고 방대한 설명 때문인지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 순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메피스토 클럽 멤버들의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들린 대목은

인간을 토막내고 연이어 살해하는 끔찍한 연쇄살인마에게 편리하게도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그들은 단지 아픈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부분입니다.

말하자면, 심신미약 또는 정신적 장애는 악을 설명할 길이 없어 붙인 편리한 정의일 뿐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명백한 악의 현신이라는 얘깁니다.

멤버들은 성경 외전에 등장하는 타락 천사와 인간 여자의 자식인 악령 네필림을 언급하며,

끔찍한 연쇄살인마는 단순히 아픈 사람이 아니라 이 악령의 후예일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 역시 지나치게 신화나 추상에 가까운 허언(?)처럼 들리지만,

실존했던 연쇄살인마들을 떠올려보면 살짝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미스터리와 호러의 경계를 넘나들던 이야기는 다소 현실적인 엔딩을 맞이하게 되지만,

작가는 마지막까지도 악은 실재할 수 있다는 여운을 길게 남기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리졸리와 마우라의 활약은 지극히 현실적인 레벨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이 작품을 악령과 사탄의 이야기라고 정의하는 건 곤란하겠지만,

아무래도 타이틀 롤을 차지한 메피스토 클럽 멤버들의 캐릭터나 신비하기만 한 사건들 때문에

경찰과 법의관이 주인공인 미스터리 스릴러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이유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시리즈임에도 별 4개에 그쳤는데,

만약 악령과 사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꽤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여름에 딱 알맞은 작품이니 취향 맞는 독자라면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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