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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 2 - 노 투모로
루크 제닝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꽤 재미있게 1편을 읽은 지 1년도 훌쩍 넘었지만
이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된 화제의 드라마는 아직도 보지 못했습니다.
책을 통해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과 그녀를 쫓는 추격자 이브의 뒷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일부러 안 봤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겁니다.
하지만 건망증인지 게으름인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2편을 이제야 읽게 됐습니다.
2편에서도 빌라넬의 사이코패스 킬러로서의 기질은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베니스, 파리, 오스트리아를 종횡무진 가르며 사방에 피와 뼈를 뿌리고 다닙니다.
그런 빌라넬을 쫓는 이브의 활약상도 만만치 않은데,
원래 ‘경호 리스트 작성’이라는 말단 사무직에서 어느 날 갑자기 현장 스파이가 된 그녀는
이젠 꽤 능숙해진 모습으로 빌라넬을 턱밑까지 쫓는데 성공합니다.
1편에 비하면 2편은 좀 심심하게 읽힌 게 사실입니다.
1편이 빌라넬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하고 이브의 현장 스파이로의 변신 과정을 그리면서
독자에게 잠시의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돌직구처럼 폭주했다면
2편은 빌라넬과 이브의 심리를 그리는데 적잖은 분량을 할애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킬러와 추격자’라는,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하는 두 여자의 관계가
어느 시점인가부터 ‘상대방에 대한 미묘한 호기심과 갈망’ 비슷하게 변주되면서
이야기는 큰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 대목이 독자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분명하지만
개연성이란 면에서 보면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것 역시 사실이란 점입니다.
“감정이란 게 개연성으로 설명되나?”라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지만,
아무튼 갑작스레 적과 아군이라는 경계가 모호해진 그녀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빌라넬은 킬러로서의 전성기에 비해 제법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불필요하게 화려한 액션을 즐기느라 사방에 단서를 남기기도 하고
중요한 미션에선 그녀답지 않은 실수로 큰 위기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이브 역시 다소 과잉된 자신감만 믿다가 죽음의 위기를 자초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정상 궤도에서 이탈한 빌라넬과 이브는
(띠지의 홍보카피대로) 결국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상황에 이르고 맙니다.
그리고 쉽게 예상하기 힘든 대단한 반전을 맞이합니다.
어쩌면 이 결정적 반전은 드라마에서는 이미 공개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으로만 보면 이제 기승전결의 ‘기’가 마무리된 느낌인데,
말하자면 다음 작품에서부터 이 시리즈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1, 2편이 각각 2019년 1월과 4월에 출간된 후 1년이 넘도록 신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이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드라마로만 만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간 소식은 올해 말까지만 기다려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