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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ㅣ 모노클 시리즈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여덟 번째로 만난 온다 리쿠입니다.
7~8년 전쯤 일반 미스터리라 할 수 있는 ‘목요조곡’, ‘여름의 마지막 장미’부터 시작했는데,
이후 읽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非미스터리 ‘꿀벌과 천둥’까지 제외하면
제대로 된 온다 리쿠의 몽환적 세계를 겪은 것은
‘몽위’, ‘달의 뒷면’, ‘나와 춤을’, ‘Q&A’ 등 네 작품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표 시리즈인 ‘도코노 시리즈’, ‘3월 시리즈’, ‘간바레 메구미 시리즈’는 손도 못 댔으니
어쩌면 아직 온다 리쿠를 “좀 안다.”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평 이전에 이렇듯 구구절절 긴 서설을 늘어놓은 이유는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온다 리쿠의 ‘전설적 데뷔작’인 이 작품을 포함해서
책장 안에 그녀의 여러 작품이 꽤 오랫동안 방치돼있는 게 사실인데,
매번 손을 댔다가도 어떤 이유에선지 주저하다가 결국 다른 작품을 집어 들곤 했습니다.
그만큼 온다 리쿠의 몽환적 세계에 발을 디디는 게 쉽게 내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물론 ‘몽위’나 ‘달의 뒷면’처럼 정신을 혼미하게 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도 있지만,
역시 취향 면에서 보면 온다 리쿠는 전적으로 저와 잘 맞는 작가라고는 할 순 없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마력 덕분에 자꾸만 기웃거리게 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여섯 번째 사요코’는 1991년에 발표된 온다 리쿠의 데뷔작입니다.
출판사가 정리한 간략한 줄거리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새 학기 첫날 사요코라는 여고생이 지방의 고등학교로 전학 온다.
이 학교에는 ‘사요코’라는 수수께끼의 괴담이 전해지고,
붉은 꽃과 열쇠를 물려받아 그해의 ‘사요코’로 지목된 자는
대대로 내려오는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올해는 두 명의 ‘사요코’가 등장하고,
진짜 ‘사요코’의 정체를 밝히려 한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데….
줄거리만 보면 학교괴담을 소재로 한 호러와 판타지로 보이지만
그에 못잖게 로맨스를 곁들인 10대의 성장기가 함께 그려지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호러와 판타지 서사에도 불구하고 꽤 명쾌하게 읽힐 것 같지만
실은 지금까지 읽은 온다 리쿠의 어느 작품보다 읽는 내내 갈팡질팡했던 작품입니다.
호러와 판타지는 좀처럼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지 못했고,
로맨스와 성장기는 왠지 따로 놀고 있는 듯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무슨 이야기를 읽었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습니다.
서평을 쓰기 전에 인터넷 서점과 블로그 등을 통해 여러 독자의 서평을 읽어봤지만,
다소 극과 극을 달리는 서평들을 보며 제가 영 잘못 읽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생각이 비슷한 서평에서 인상적인 구절들을 인용해보면,
“오싹함과 무서움마저 없었다면 의미 없는 책이 될 뻔 했다.”
“성장소설, 판타지, 괴담 그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끝나고 맙니다.”
“학교 괴담으로 나가다가 괴담이 빠져버리는 이야기.”
무슨 내용으로 서평을 써야 할지조차 막막했던 게 사실인데,
쓰다 보니 주절주절 별 알맹이도 없는 넋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더 막막한 건, 책장에 아직도 갇혀 있는 십여 편의 온다 리쿠의 작품들인데,
언젠가 읽기야 읽겠지만 어느 대목에서라도 ‘여섯 번째 사요코’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면
아무래도 쉽사리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누구라도 이 작품의 미덕이라든가 작가의 진의를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고마운 일일 텐데
그걸 듣고도 과연 제가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