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배신 스토리콜렉터 84
로렌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비행기 사고로 남편 마크를 잃은 테스는 깊은 절망과 우울에서 허우적댑니다.

그녀의 유일한 의지처이자 안식처는 곧 8살이 되는 아들 제이미가 전부.

그런 그녀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몰아닥칩니다.

갑자기 찾아온 사별 전문상담사 셸리, 동생 마크의 빚을 갚으라며 유산 정리를 보채는 이안,

어느 날인가부터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것만 같은 정체불명의 불길한 사내,

그리고 마크가 남긴 막대한 보험금과 그가 테스 몰래 추진하던 비밀 프로젝트의 진실 등

테스는 항우울제로 인해 몽롱한 상태에서 마주친 이 모든 사태들이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 ● ●

 

최근 몇 년간 영미권의 여성-가족 심리스릴러가 봇물처럼 출간돼왔는데,

완벽한 배신역시 가족의 붕괴를 겪은 30대 중반의 여성 테스가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칼에 찔린 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테스의 상황과 함께

(테스에 따르면) 아들 제이미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설명됩니다.

이어 50여일 전으로 되돌아가 테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테스의 심문 장면, 상담사 셸리와 마크의 형 이안의 진술 장면이 끼어드는데

덕분에 누가 테스를 찔렀는가?’ ‘테스의 주장대로 제이미는 납치됐나?’라는 미스터리가

마지막 장에 이를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전개됩니다.

 

마치 테스가 죽은 남편 마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구어체로 쓰인 문장들은

테스의 불안과 공포, 절망과 자학의 감정을 더욱 애절하고 피부에 와 닿게 만듭니다.

남편 마크와 아들 제이미의 존재가 이 세상의 전부였던 테스에게

마크의 죽음과 제이미의 이른 사춘기 같은 반항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인데,

그런 심정들을 저 세상에 있는 마크에게 절절이 풀어놓는 듯한 감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 미처 몰랐던 마크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것과 함께

마크가 남긴 유산을 노리는 듯한 미지의 인물들로 인한 불안과 공포 역시

객관적인 서술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강력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완벽한 배신이란 제목은 꽤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제목입니다.

말 그대로의 배신이란 의미만 있다면 이야기가 다소 싱거울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아무래도 과연 누가 테스를 배신했는가?”라는 의문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작가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모든 등장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곤

독자로 하여금 그 미스터리의 진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 보기 좋게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 ‘진범 찾기를 엔딩으로 삼았던 기존의 심리스릴러와는 사뭇 다른,

오히려 가슴이 먹먹해지는 심정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됩니다.

 

다만, 450여 페이지 내내 한탄과 후회와 자책에 빠진 테스를 바라보는 일은 힘에 부칩니다.

1인칭 편지체의 문장은 앞서 얘기한 장점과 미덕도 갖춘 게 분명하지만

반대로 그 안의 감정들이 너무 농도 짙게 전달되기 때문에 피로감을 높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 ‘반칙까지는 아니어도 앞서 읽은 분량들을 조금은 허망하게 만드는 엔딩 역시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몇몇 트릭과 장치와 인물의 비밀은 다소 쉽고 안이하게 설명되거나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첫 장편에서 이만한 결과를 낸 걸 보면 작가의 필력이 평범치 않아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언제쯤 신작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작가목록에 올려놓아도 모자람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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