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전화
야쿠마루 가쿠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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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비리 혐의로 경찰을 그만두고 연이어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까지 겪은 아사쿠라 신지.

어느 날, 이혼한 아내 나오미와 살던 딸 아즈사가 유괴되면서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는데,

아사쿠라는 나오미에게 유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말 것을 요구하며 직접 수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아사쿠라는 딸의 유괴 사건이 단순히 몸값만 노린 것이 아니라

3년 전 자신이 경찰을 그만둬야만 했던 사건과 연관 있음을 깨닫곤 큰 충격에 빠집니다.

 

● ● ●

 

4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을 다섯 줄 정도의 줄거리로 요약했지만

사실 이 작품의 볼륨감은 6~700여 페이지 분량의 작품에 못잖게 방대하고 복잡합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먹는 숨 가쁜 추격 액션과 함께

막판까지 익명의 전화로 아사쿠라와 나오미를 조종하는 미스터리한 유괴범의 목적,

아사쿠라 가족의 비극을 갖고 온 3년 전 사건의 비밀, 경찰 내부의 수상쩍은 움직임 등

한시도 쉬어갈 틈 없이 엄청난 속도로 이야기가 폭주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경찰이었지만 더는 경찰을 믿을 수 없어 외인부대같은 조력자들을 구한 아사쿠라는

전처인 나오미에게도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친 채 고독한 추격전을 시작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유괴범이 요구한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아사쿠라의 쉴 틈 없는 분투는

글로 읽고 있는데도 숨이 차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급경사의 빠른 롤러코스터 같습니다.

나오미 역시 아사쿠라가 감춘 3년 전 과거와 현재 유괴사건의 연관성을 찾아 나서는데,

아사쿠라처럼 전직 경찰이었던 나오미는 딸이 유괴된 공포에 빠진 상태에서도

차분히 아사쿠라가 감춘 비밀과 진실을 찾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합니다.

 

출판사 측에서 극히 일부만의 내용을 인터넷 서점에 소개한 걸 보면

서평을 통해 그 이상의 내용을 기술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데,

어차피 이 방대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할 방법이 없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는 선에서 소개할 수 있는 내용은 대략 이 정도가 전부인 셈인데,

이만한 떡밥에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끌고도 남는다는 생각입니다.

매번 극적인 사건과 설정이 녹아든 사회파 미스터리를 터뜨려온 야쿠마루 가쿠가

유괴사건이라는 더는 새롭지 않은 소재를 어떻게 묵직한 주제의식 속에 담아냈는지

그의 팬이든 아니든 한번쯤은 접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조금 긴 사족으로...

같은 원작자, 같은 번역가, 같은 출판사의 작품인데

형사의 눈빛에선 못 느꼈던 번역과 오타의 문제가 종종 눈에 띈 건 옥의 티였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의 오타(‘나오미나모이, ‘키시타니카시타니)는 물론,

줄 바꿈이 제대로 안 되거나 조사의 오타도 눈에 띄었고

비교적 쉽고 단순한 야쿠마루 가쿠의 문장이 다소 모호하게 번역된 경우도 간혹 있었습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편집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좀더 세심한 마무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일러두기를 통해) 화폐단위를 ‘1=10이라고 전제한 뒤 대신 으로 표기했는데

이건 번역의 기초적인 상식에도 맞지 않아 보였고,

아사쿠라와 그 조력자들이 계속 카카오톡 단톡방을 통해 소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라인처럼 일본에서 카카오톡이 상용화돼있어서 원작에도 그렇게 표기된 건지,

아니면 번역가가 임의로 카카오톡으로 번역한 것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만일 번역가의 임의라면 이 역시 너무 어이없는 오류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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