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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링 룸 ㅣ 스토리콜렉터 80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평점 :
유능한 FBI 요원이었지만 뇌 임플란트를 통해 인간을 조종하려는 거대 조직에 맞서 싸우다가
오히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수배령이 떨어진 제인 호크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전작인 ‘사일런트 코너’에서 전도유망한 군인이던 남편 닉의 갑작스런 자살 이후
그 의혹을 쫓던 제인은 거대 조직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물론 그들과 정면대결을 시작했는데
‘위스퍼링 룸’은 거대 조직의 최상층을 향한 제인의 분투를 그린 작품입니다.
거대 조직의 뇌 임플란트와 나노테크놀러지는 인간성이 말살된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자신의 정체성과 기억을 모조리 상실한 채 오직 복종의 의무만 입력된 인물도 있고,
멀쩡해 보이지만 분명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닌 듯 ‘성질’ 자체가 변해버린 인물도 있고
단 한 줄의 ‘지시어’로 순식간에 수동적인 로봇처럼 순종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가장 최악은 슈퍼컴퓨터가 지목한 ‘더 나은 세상에 방해가 되는 불순물’로 하여금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소위 자살 유도 메커니즘입니다.
제인은 전작에서 확보한 거대 조직의 물증을 언론을 통해 폭로하려 하다 실패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거대 조직의 우두머리인 데이비드 마이클에게 접근할 기회를 얻습니다.
그런 그녀가 향하는 곳은 켄터키 주의 외딴 시골마을 아이언 퍼니스입니다.
한편, 오랜 지인이던 평범한 교사 코라가 일으킨 폭탄테러 때문에 충격을 받은 보안관 루서는
사건을 어물쩍 왜곡하려는 FBI에 의심을 품고 코라의 일기장을 통해 그녀의 행적을 쫓던 중
(제인이 향하고 있는 켄터기의 시골마을) 아이언 퍼니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확신을 갖곤
FBI 모르게 개인적인 조사를 시작합니다.
뇌 임플란트와 나노테크놀러지를 통해 인간의 뇌를 장악하여 마음껏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순물로 추정되는 인간을 자살에 이르게 만든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하거나 아주 먼 미래에 벌어질 법한 SF 스토리를 연상하게 만들지만
작가는 이 소재를 독자의 피부에 생생하게 와 닿는 지극히 현실적인 스릴러로 전개시킵니다.
‘현실적 스릴러’의 가장 큰 기반은 홀로 거대조직과 맞서 싸우는 제인 호크라는 캐릭터인데
독자에 따라 “너무 심한 슈퍼우먼 아니냐?”라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그녀의 투쟁의 출발점을 그린 시리즈 첫 편 ‘사일런트 코너’를 읽어보면
그런 우려는 대체로 불식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크게 보면 제인과 루서가 켄터키 시골마을 아이언 퍼니스에서 만나게 되기까지가 전반전,
이후 그곳에서의 탈출극과 거대 조직의 우두머리 데이비드 마이클을 향한 공격이 후반전인데
‘사일런트 코너’가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독자의 호기심과 긴장을 불러일으킨데 반해
이 작품은 핵심에서 벗어난 에피소드나 디테일한 묘사 등 사족이 좀 과해 보였고,
그로 인해 이야기가 단선적이면서 느슨해졌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제인의 비중에 맞먹는 루서라는 인물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기도 했고,
인물의 심리나 풍경을 묘사하는데 적잖은 지면을 할애한 게 큰 이유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560p에 달하는 분량에서 조금만 덜어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직 FBI 요원 제인과 보안관 루서의 투쟁은 후속작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인간성을 말살하고 삶과 죽음까지 제멋대로 조종하려는 거대 조직과의 싸움에서
과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이겨낼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특히 제인마저 자신들의 조종을 받게 만들겠다는 거대 조직의 암시는
후속작에서 이어질 그녀의 싸움이 훨씬 더 지난해질 거라는 ‘예고’처럼 들려서
벌써부터 기대감과 함께 긴장감을 팽팽하게 자아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