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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사랑한 소년 ㅣ 미아&뭉크 시리즈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9년 8월
평점 :
노르웨이 스릴러 ‘미아&뭉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고백하자면, 전작인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의 서평 말미에
“‘미아&뭉크 시리즈’는 이 작품에서 굿바이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약과 술에 취해 자살만 꿈꾸는 주인공을 더는 바라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썼는데,
실은, 지지부진한 전개와 납득하기 어려운 엔딩이 더 큰 ‘굿바이’의 이유였던 게 사실입니다.
결국 두 주인공에 대한 마지막 애정 때문에 이 작품을 집어 들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엔 ‘진짜 굿바이’를 해야 되겠다는 게 이 서평의 요지입니다.
언제나처럼 기이한 연쇄살인이 벌어집니다.
희생자는 주사바늘로 가슴에 부동액이 주입된 채 사망하고,
현장에선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새겨진 카메라가 발견됩니다.
전작에서 입은 후유증 때문에 외국으로 장기 휴가를 가려던 미아 크뤼거를 비롯
해체됐던 특수 수사반 멤버들이 다시 모여 이 사건에 뛰어들지만,
희생자들 간의 연관성도 없고, 카메라에 새겨진 모호한 숫자는 해독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건은 계속 벌어지고 미아와 뭉크는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우선, 다 읽고 보면 범인의 범행 동기나 희생자 선정 방식 자체가 참 공허하게 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들의 노력을 허망하게 만들 정도로 뜬금없고 억지스럽기 때문이고,
챕터마다 등장했던 무수한 조연들의 존재도 있으나 없으나 무관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 미아 크뤼거는 전작에 비해 많이 건강해져서 더는 술과 약물에 찌들진 않지만
여전히 죽은 쌍둥이 동생 시그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닙니다.
문제는 시그리의 이야기가 메인 사건과 전혀 별개인 것은 물론
그 자체의 서사도 왜 등장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한 동어반복이란 점입니다.
무엇보다 미아의 특기인 ‘단서를 통해 사건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특별한 직관력’은
마지막까지 제대로 발휘된 적도 없어서 주인공 형사로서의 존재감도 희미하기만 했습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뭉크의 가족 이야기 역시 별 의미 없이 의무적으로 배치된 느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야기의 맥을 끊는 듯한 인상만 남겼습니다.
그 외에, 단순 조연들을 위해 몇 페이지씩 의미 없는 묘사가 할애된 점도,
독백인지 회상인지 알 수 없는 이탤릭체의 모호한 문장들의 홍수도,
메인 사건과 무관한 보조 사건들의 어정쩡한 마무리도 모두 아쉬움만 남긴 대목들입니다.
이 작품 또는 시리즈의 전작을 안 읽은 독자에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서평 내용이지만,
혹시 이 시리즈에 관심이 있어서 꼭 한 편 정도는 읽고 싶은 독자라면
첫 작품인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쉬움이 적잖긴 하지만 적어도 미아와 뭉크의 매력만은 잘 살아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