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분의 일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혜영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초라한 인생을 한 방에 역전시키자며 의기투합하여 은행을 턴 세 사람.

운 좋게 강도질은 성공했지만 도주에 실패해 클럽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도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고 머리를 굴리는 주인공들과

용케도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하이에나떼들의 방해가 더해지며

이야기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치닫는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엘리베이터를 읽은 건 대략 10년 전쯤의 일입니다.

그때만 해도 이 작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작 그 뒤로 너무 무심했던 탓에 2014년에 출간된 이 작품을 이제야 읽게 됐습니다.

 

삼분의 일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그 자체인 작품입니다.

인생 막장에 다다른 끝에 은행 강도라는, 본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짓을 벌인 3인조,

그들의 배후에서 2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탐내는 무시무시한 악당과 마녀,

그리고 승자 독식이라는 위험천만한 목표를 달성시키려는 마리아 등

다분히 영화적이고 톡톡 튀는 캐릭터들로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서평을 쓰지 않던 시절이라 악몽의 엘리베이터의 줄거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도 시종일관 업다운이 급격한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는데,

삼분의 일역시 번번이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연이은 반전과 예상치 못한 전개 덕분에

마치 잘 만들어진 초고속 B급 액션물을 만끽한 느낌이었습니다.

 

2억 엔이라는 거금을 놓고 벌어지는 3인조의 연이은 협력과 배신의 합종연횡도 매력적이고,

그들을 꼭두각시 삼아 열매를 독차지하려는 거물급 악당들의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폭력성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 모든 계획의 설계자이자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마리아는

첫 등장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활약하는데

과연 그녀의 계획이 완성될지 여부를 지켜보는 일이야말로 삼분의 일의 백미입니다.

 

기노시타 한타의 대표 시리즈는 악몽의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악몽 시리즈인데,

국내에는 악몽의 관람차까지 두 편밖에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또 검색해보니 삼분의 이’, ‘오분의 일’, ‘칠분의 일등 다양한 분수 시리즈가 출간됐고,

악몽 시리즈역시 드라이브’ ‘수족관등 몇 편 더 출간된 것으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어느 출판사에서든 기노시타 한타의 작품을 전부 출간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가장 최근에 국내 출간된 ‘GPS 시리즈는 전혀 그답지 않은 실망감을 주긴 했지만

적어도 악몽 시리즈분수 시리즈만큼은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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