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 잭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에든버러의 명망 높은 하원의원 그레고르 잭이 매음굴 불시 단속에 나선 경찰에 적발된다.

피 냄새를 맡은 언론은 거물 정치인을 무너뜨리는 데 혈안이 된다.

더구나 잭의 아내가 실종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명성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지고 만다.

잭은 함정에 빠진 것일까? 잭의 아내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존 리버스는 잭은 물론 그의 아내 리즈의 오랜 동창들에게서 불온한 기운을 느낀다.

사업가, 서점주인, 배우, 살인마 등 제각각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들을 탐문하며

존 리버스는 그들 사이의 시기와 질투, 애증과 불륜 등에 주목하게 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한 달 전쯤, ‘존 리버스 시리즈의 최근작이자 여덟 번째 작품인 블랙 앤 블루를 읽었습니다.

여덟 편의 시리즈 중 유일하게 못 읽은 게 네 번째 작품인 스트립 잭이었는데,

노련한 형사로 성장하여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존 리버스의 모습을 쭉 지켜보다가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그를 지켜보고 있자니 어딘가 풋풋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 뒤로 이어진 검은 수첩’, ‘치명적 이유’, ‘렛 잇 블리드’, ‘블랙 앤 블루

사건의 스케일도 크고 등장인물도 꽤 많은데다 그만큼 죽음의 숫자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트립 잭은 그 작품들에 비하면 다소 소품처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 매번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여러 사건에 동분서주하던 리버스지만,

이번에는 거의 하나의 사건에 올인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물론 메인 사건에 얽힌 곁가지 사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리 복잡하고 어렵진 않습니다.

 

매음굴 사건과 아내의 실종으로 정치 생명이 꺼져가는 그레고리 잭을 조사하던 리버스는

모두가 그를 비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음모론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고,

누군가 그를 함정에 빠뜨리려 한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됩니다.

특히 잭과 그의 아내 리즈 주변을 조사하면서

그들의 동창생들이 단순히 우정때문에 오랜 인연을 유지해온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자

리버스는 그들이 벌인 난잡한 파티, 그들 사이의 불편한 관계들에 주목하게 됩니다.

 

사실, (살인사건이 벌어지긴 했지만) 사건은 소소하고, 위험한 상황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밝혀진 진실이나 범행 동기 역시 영화보다는 TV 단막극에 어울릴 법한 사이즈인데,

시리즈를 모두 읽은 입장에서 총평하자면 재미 면에서는 여느 작품보다 월등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존 리버스의 캐릭터 플레이인데,

까칠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어딘가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은 무척이나 인간적인 면모,

수시로 말장난을 벌이며 위아래 할 것 없이 당황하게 만드는 재치와 센스,

게다가 마초 기질과 공생하는 순정남 캐릭터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일이 사건을 따라가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작품에서도 리버스의 캐릭터는 여전하지만

아무래도 사건도 커지고, 이야기도 복잡해지면서 그런 재미가 줄어든 게 사실인데,

모처럼 이 작품을 통해 리버스의 매력을 만끽한 것 같아서,

스릴러로서의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느낌입니다.

 

독자에 따라 존 리버스 시리즈에 살짝 거부감을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블랙 유머라든가 어딘가 명쾌하지 않은 미스터리 해법 때문으로 보이는데,

저 역시 시리즈 가운데 일부 작품에선 그런 불만을 크든 작든 느껴본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덟 편이나 되는 시리즈를 놓치지 않고 읽는 이유는

역시 뭔가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백하자면 최근작인 블랙 앤 블루를 읽은 뒤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신작 소식(‘행잉 가든’)을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존 리버스의 활약이 궁금해진 걸 보면

저에게 이 시리즈는 피할 수 없는 애증 섞인 대상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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