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스다 나오시는 칸첸중가 등반 중 눈사태로 사망한 형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형의 자일에 누군가가 손을 댄 것을 발견한다.

칸첸중가에서 두 남자가 생환하지만, 사고에 대한 두 사람의 증언은 정확히 반대로 엇갈린다.

둘 중 누가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형의 죽음은 정말 사고였을까?

열린 폐쇄 공간인 칸첸중가를 배경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개인적으로 등산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거친 산악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에 딱히 관심을 가진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인생 미스터리 중 하나로 꼽는 클라이머즈 하이때문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클라이머즈 하이는 정확하게 말하면 산악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항공기 추락사고 보도 전쟁을 다룬 저널리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데,

참사의 공간이 험준한 산악지형인데다 그 공간이 의미하는 바가 워낙 크다 보니

여러 가지 의미가 중첩된 클라이머즈 하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일본도 아닌 네팔 접경 지역의 험준한 고봉 칸첸중가 등정 중에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놓고

희생자 유족인 마스다 나오시와 산을 좋아하는 잡지기자 에리나가 진실을 찾는 이야기인데,

무엇보다 열린 클로즈드 서클이나 다름없는 광활한 칸첸중가에서 사건이 벌어진데다

눈사태로 인한 참극에서 살아 돌아온 두 사람의 진술이 완전히 엇갈린 탓에

목격자도 단서도 없는 사건의 진실을 찾는 두 주인공의 애로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 또는 죄책감이라는 부제가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산 또는 다른 상황에서 누군가를 잃고 자신만 살아남은 상처를 갖고 있고

그로 인해 삶이 황폐해져버린 비극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 상처를 잊기 위해 산을 찾지만,

누군가는 자신만 남기고 떠나버린 이들의 곁으로 가기 위해 산을 찾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칸첸중가를 찾았던 이들에게 또 다시 비극이 찾아왔고

그 비극의 진실을 캐는 두 주인공의 집요한 추적이 이 작품의 뼈대입니다.

읽는 내내 엄흥길 대장이 실종된 대원을 찾기 위해 히말라야로 향했던 일이 생각났는데

뉴스로만 접했던 그 상황이 얼마나 참담하고 비극적이었는지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칸첸중가라는 무대만큼이나 장대한 서사, 엄청난 노력이 기울여졌을 디테일한 정보들,

그리고 복잡다단한 미스터리와 인물들의 심리묘사 등 장점이 무척 많은 작품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메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동기나 캐릭터가 다소 모호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 읽은 뒤에 굳이 그렇게까지들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뒤늦게 들기도 했고,

마지막에 밝혀진 진실은 오히려 위화감이나 인공미를 느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나무만 보면 매력적이지만, 다 읽고 천천히 을 관조하다 보면

애초 사건의 발단 자체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독자마다 느낌은 다를 수 있지만 비장미와 감동 코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특히 칸첸중가라는 무대의 압도적 배경에 호기심이 이는 독자라면

꽤 인상 깊은 책읽기가 될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