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가 ㅣ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 가족을 꾸리게 된 초등학교 6학년생 유마는 새아버지의 해외 장기 체류가 결정되면서 삼촌과 함께 숲 속 별장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첫날밤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뭔가 집안을 배회하고 있는 것만 같다. 혹시 누군가가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부쩍부쩍 커지는 가운데, 유마는 별장 뒤에 펼쳐진 숲이 예로부터 아이들을 납치한다는 일명 ‘가미가쿠시의 숲’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출판사 소개글을 일부 수정 후 인용했습니다)
‘화가’와 ‘흉가’에 이은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흉가’는 읽지 못했지만) ‘화가’의 경우 미쓰다 신조의 호러와 미스터리가 대중적으로 잘 결합됐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의 정통 호러물인 ‘노조키메’, ‘백사당’, ‘사관장’이 매끄럽고 선명한 결말 대신 공포 자체를 여운으로 남긴 다소 마니아적 작품이었다면, ‘화가’는 현실 속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호러와 함께 잘 버무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미쓰다 신조의 극강의 호러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어쨌든 맛있는 간식처럼 읽힌 것도 사실입니다.
‘마가’는 큰 구조에서 보면 ‘화가’와 비슷합니다. 소년이 주인공이고, 이사한 곳 인근의 숲이 호러의 주 무대입니다. 특히 ‘마가’의 주인공 유마는 초등학교 6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두 번이나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세계’, 즉 이계를 경험한 적 있는 소년입니다. 그런 유마가 가미가쿠시, 즉 어린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현상이 여러 차례 벌어진 외딴 숲 인근의 별장에 머물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반복되는 이계 현상, 현실의 소리가 아닌 듯한 소름 돋는 소리들, 캄캄한 밤중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소년의 형체를 가진 존재 등 유마가 겪는 공포 코드는 미쓰다 신조의 기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소년들을 흔적도 없이 삼키거나 혹 뱉어내더라도 기억을 휘발시키곤 했던 공포의 숲은 나름 섬뜩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호러팬들에겐 꽤 흥미롭게 읽힐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마가’는 미쓰다 신조 작품들 중엔 하위권 정도라는 생각입니다. 이야기의 판을 까는데만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해서 지루하게 읽혔고, 호러 그 자체도 산만하고 방향성 없이 좌충우돌하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호러와 현실 미스터리와의 결합 부분이 너무 억지스러워 보였습니다. 차라리 설명 자체가 불가능한 이계를 그렸다면 오히려 만족스러웠을 텐데 어설픈 현실 미스터리가 끼어드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 됐다는 뜻입니다. 물론 독자마다 판단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론 ‘화가’는 추천하고픈 마음이 드는 반면 ‘마가’는 (특히 미쓰다 신조의 팬이라면) 실망할 여지가 너무 많은 작품이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