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 - 꿈꿀수록 쓰라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범인에게 고한다’, ‘립맨’, ‘검찰 측 죄인’, ‘불티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읽은 시즈쿠이 슈스케의 작품입니다.

이야기 자체가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작품 전반에서 무척 꼼꼼하고 성실한 느낌이 드는 작가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늘 신작이 나오면 기대를 하게 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염원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분량이 짧은 작품입니다.

그만큼 사건의 외연도 크지 않고, 등장인물도 몇 안 됩니다.

 

최근 들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아들 다다시가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사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10대인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 조사 결과 시신으로 발견된 소년과 어울리던 10대 몇몇이 종적을 감췄는데,

그 가운데 아들 다다시가 포함된 것을 안 가즈토와 기미요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문제는, 다다시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즈토 부부가 전혀 상반되는 염원을 갖게 된 점입니다.

가즈토는 다다시가 가해자가 아니라고 믿지만 그건 곧 아들이 죽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인데,

아내 기미요는 그와는 반대로 다다시가 범인이라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주길 바랍니다.

 

다다시가 살아 돌아오면 그건 곧 범인이란 뜻이고, 범인이 아니라면 이미 살해됐다는 뜻이니

사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물론 제3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다시가 범인이 아니면서 살아 돌아오는 건데,

작가가 어떤 결론을 냈을지는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론 그동안 읽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다소 싱겁고 지루하게 읽힌 게 사실입니다.

전작들의 경우 분량이나 비중에 있어 사건심리가 잘 배분됐다면

염원은 단선적이기만 한 가즈토 부부의 심리적 갈등이 동어반복적으로 묘사됐기 때문입니다.

아들의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다리는 것 외엔 부부는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갈등의 당사자가 수동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다 보니

페이지는 넘어가도 이야기는 계속 제자리에 머무는 느낌이랄까요?

, 마지막에 드러난 사건의 윤곽 역시 살짝 인공적이거나 억지스러워 보였습니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시즈쿠이 슈스케가 이번 작품에서는

작정하고 심리묘사에 전력을 다하겠다.”라고 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사건이 받쳐주지 않는 동어반복적 심리묘사는 무리수라는 생각입니다.

매번 높은 평점을 줬던 시즈쿠이 슈스케지만,

이번만큼은 야박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네이버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카페에서 ‘2019년 베스트로 뽑힌 걸 보면

제 평가가 소수의견일 수도 있으니 그저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