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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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에 방송되는 인기 TV 추리프로그램 미스터리 아레나10회째 무대.

참가자들은 출제되는 문제를 보고 들으며 범인을 지목하고 그 근거를 대야 하는데,

맞히면 거액의 상금을 받지만, 못 맞히면 그에 못잖은 후환을 겪어야만 합니다.

올해 출제된 문제는 클로즈드 서클의 별장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연쇄살인사건.

출제된 문제출연자들의 추리가 번갈아 한 챕터씩 전개되는데,

본격 미스터리의 모든 트릭들이 총 망라되는 가운데 추리와 논쟁이 뜨겁게 벌어집니다.

 

● ● ●

 

발상도 독특하고 전개도 특이한, 말 그대로 별난 작품입니다.

작가의 이력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미 토스카의 키스라는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더군요.

불과 3년 전에 읽은 작품인데다 흔한 이름이 아닌데도 작가를 바로 기억 못해낸 걸 보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나보다, 했는데 당시 쓴 서평은 비교적 우호적(?)인 뉘앙스였습니다.

 

아무튼...

독특하고 특이한 소재와 설정도 매력적이지만,

그야말로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 자체를 모조리 해부하고 까발리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노력과 내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출제된 문제(별장 살인사건을 그린 챕터) 속 어딘가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 싶으면

이어지는 TV쇼 챕터에서 어김없이 그 위화감이 지적되거나 논쟁거리로 등장합니다.

이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나름 추정되는 대목이 나오면

다음 TV쇼 챕터에서 출연자 한 사람이 여지없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추리를 펼치는데,

다시 다음 문제 챕터로 넘어가자마자 바로 그 추리를 비웃듯 이야기가 전복되고 맙니다.

 

말하자면, 한번쯤 접해본 적 있는 본격 미스터리의 트릭이란 트릭이 총출동하는데,

무려 14명의 출연자가 제각각 추리를 내놓고 또 그것을 반박하는 논리가 전개돼야 하니

작가 입장에서는 정말 머리가 터질 지경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도 단서와 복선이 깔려 있는 장르이다 보니

읽는 독자 입장에서야 게임을 하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400여 페이지의 적잖은 분량을 오류나 혼선 없이 직조해야 했던 작가의 고통(?)과 혼란은

말할 수 없이 대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별 하나를 빼야 할 정도로 컸던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중후반부 어느 지점쯤엔가 이제 마무리하면 좋을 텐데..’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 다소 사족처럼 늘어진 후반부에서 분량을 채우기 위해 질질 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속 시원했어야 할 엔딩이 맥이 많이 풀렸다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본격 미스터리의 백과사전 같은 묘미를 맛본 직후라 그런지

잘 짜인 클로즈드 서클 본격 미스터리를 낱낱이 해부하면서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습니다.

이미 읽었던 작품이라 해도 왠지 조금은 새롭게 읽힐 것 같은 기대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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