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 사냥꾼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앤 클리브스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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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평화로운 영국 노섬벌랜드의 계곡에서 젊은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베라 스탠호프 경감은 피해자가 하우스시터, 즉 빈 저택을 돌보던 패트릭 랜들임을 알아낸다.

하지만 현장에서 컴퓨터 전문가 마틴 벤튼의 사체까지 발견되자 베라와 형사들은 당황한다.

두 피해자 랜들과 벤튼 사이의 유일한 연관성은 나방에 대한 마니아에 가까운 관심뿐이다.

한편, 베라는 사건현장인 계곡에서 목가적인 생활을 만끽 중인 세 쌍의 은퇴부부에 주목한다.

자칭 은퇴한 쾌락주의자 클럽에 속한 이들에게 수상한 낌새가 계속 풍기기 때문.

베라는 그들이 가진 남모를 비밀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직감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하버 스트리트’(한국 출간 2017)에 이어 2년 만에 출간된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입니다.

영국에서 모두 8편이 출간됐는데, ‘하버 스트리트6번째, ‘나방사냥꾼7번째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베라2020년에는 10번째 시즌을 맞이한다고 하니

주인공인 베라 스탠호프가 꽤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기에 비해 소설 속 베라 스탠호프의 비주얼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무릎이 어떻게 저 몸무게를 견디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덩치가 정말 컸다.

예쁘지도 않았다. 피부는 형편없었고 옷차림도 마찬가지였지만...”

 

비주얼을 이렇게 설정한 탓인지 베라의 수사방식은 민첩함이나 속도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버 스트리트의 서평에도 썼지만, 무대가 영국이긴 해도 다소 현대적이지 못하다고 할까요?

 

스마트폰 시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베라와 그녀의 부하들은

어딘가 시대극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탐문형 수사팀의 모습입니다.

지시하고 지시받고, 수사하고 보고하고, 회의하고 계획 짜고식의 루틴이 반복되는데다

이야기 전체에서 올드함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나방사냥꾼하버 스트리트의 아쉬움이 거의 판박이처럼 느껴진 작품입니다.

시대극 같은 분위기나 올드함은 여전했고 베라와 부하들의 캐릭터 플레이는 단조롭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이었는데,

일찌감치 주요 등장인물의 과거만 조사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사건이었고,

그런 단선적인 구조 탓에 적잖은 등장인물들이 병풍처럼 느껴지기만 했습니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으스스한 외진 계곡, 그곳에 모여 사는 은퇴부부들의 비밀과 거짓말,

이곳에 나타날 이유도, 이곳에서 살해될 이유도 없는 변사체들의 발견 등

폐쇄적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쫄깃한 스릴러로서의 요소들이 가득했지만,

정작 이야기를 떠받치는 결정적 역할들은 전혀 해내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인물이든 사건이든 과거든 비밀이든 꽤 많이 설정됐지만 다 읽고 보면 굳이 없었어도 될,

좀 심하게 말하면, 분량 채우기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 하버 스트리트를 읽지 않았다면 중반쯤 포기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 서평에서 베라의 매력이나 부하들의 캐릭터가 궁금해서라도

한 편 정도는 더 읽을 것 같다.”고 다짐했으니 어떻게든 끝까지 달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더는 베라 스탠호프의 활약을 찾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족으로...

유소영의 번역은 주로 제프리 디버의 작품을 통해 많이 접했던 편인데,

한 번도 번역의 문제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깔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나방사냥꾼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많았는데,

인명이나 지명이 틀린 경우도 종종 있었고, 줄바꿈이 잘못된 경우도 1~2군데 있었습니다.

번역가의 문제인지, 편집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꽤 실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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