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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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책읽기의 가장 큰 목표는 미야베 월드 2막 완독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마지막 작품인 외딴집을 해를 넘겨서야 읽게 됐습니다.

서평을 쓰지 않던 시절에 한번 읽었던 작품이긴 하지만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그런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마치 처음 읽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쉽게도 한번에 쭉 달리지 못하고 시간 날 때마다 띄엄띄엄 읽은 탓에

이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는 후회가 남았습니다.

 

상하권으로 분권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긴 하지만 큰 틀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에도에서 큰 사건을 일으킨 한 고위관리가 작은 번 마루미로 유배를 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마루미 사람들은 큰 혼란과 사건들을 겪게 됩니다.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광인 혹은 귀신이라는 소문 때문에

쇼군조차 후환이 두려워 그의 목숨을 거두지 못하고 산 채로 유배를 보낸 것인데,

만일 마루미 사람들이 그를 너무잘 모시면 쇼군의 심기를 건드리는 결과가 되고,

혹시 그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역시 불충이 되어 번 전체가 위기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가 마루미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심상치 않은 사건이 일어나더니,

그가 도착해서 유배생활에 들어간 후론 살인과 화재는 말할 것도 없고,

일찍이 본적 없는 큰 벼락이 몰아치는 등 끊임없는 재앙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에도에 돌았던 소문대로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루미 번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 와중에 사건은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보기 드문 여자 히키테(마을 치안을 담당하는 가장 밑바닥 직책?) 우사,

마루미 번의 유력 의사 집안의 후계자인 이노우에 게이치로,

성미 급한 말단 관리 와타베 가즈마,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마루미로 흘러든 어린 소녀 호 등이

마루미 번을 덮친 크고 작은 재앙의 한복판에서 각자의 운명을 걸고 맞서 싸웁니다.

거대한 서사와 적잖은 등장인물들 때문에 다소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미미 여사 특유의 직조의힘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대단한 반전이나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고 급한 서사를 갖추진 않았습니다.

그 대신,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도 있는 엄청난 재앙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어떻게든 이웃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하고 분투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딱히 누가 주인공이다, 라고 할 수 없는,

말하자면 주요 등장인물들이 1/N 씩 주인공 역할을 하는 작품에 더 가깝습니다.

독자들 가운데 이 작품을 미야베 월드 2막의 베스트로 꼽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미야베 월드 2’ 20편 가운데 중상위 정도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2020년 봄 현재까지 국내에 출간된 미야베 월드 2은 모두 읽은 셈인데,

일본에서 2018년부터 연재되기 시작했다는 최신작(일본 원제 黑式御神火御殿’)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소개되기를 고대할 뿐입니다.

새카만 불을 뿜어내는 화산의 그림이 걸린 저택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란 뜻의 제목인데

미시마야 괴담 시리즈 중 한 작품인 피리술사의 수록작 가랑눈 날리는 날의 괴담 모임처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겪은 괴담을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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