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밟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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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밟기미야베 월드 2가운데 어느 시리즈에도 속하지 않는 스탠드얼론입니다.

하지만 미야베 월드 2을 통해 만난 적 있는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수록작도 있고,

다른 작품집에서 이미 읽었던 수록작도 있어서 무척 반갑고 낯익은 책읽기가 됐습니다.

 

미야베 월드 2의 대부분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돼있는데,

특별한 한두 명의 인물이 계속 등장하는 연작 형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별개의 인물, 별개의 이야기로 이뤄진 순수 단편집입니다.

 

보통 사람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과 하녀의 이야기 스님의 항아리’,

사람 수보다 꼭 하나 더 많은 그림자의 사연을 추적하는 이야기 그림자밟기’,

탐욕에 눈이 멀어 도박을 관장하는 귀신과 악마의 거래를 한 어떤 가문의 이야기 바쿠치간’,

과거의 잘못에 발목을 잡힌 채 아들을 죽이려는 한 상인의 망발을 심판하는 이야기 토채귀’,

살해당한 자의 혼이 살해한 자에게 빙의되어 벌을 내린다는 서늘한 괴담을 다룬 반바 빙의’,

살해된 아이의 피를 머금고 요괴가 된 나무망치의 원혼을 달래는 이야기 노즈치의 무덤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돼있습니다.

 

이 가운데 표제작인 그림자밟기에는 헤이시로&유미노스케 시리즈에 등장하는

우직한 오캇피키 마사고로와 천재적 기억력을 지닌 소년 짱구가 등장하여 활약하는데,

재미있는 건 이 스토리는 역시 스탠드얼론인 괴이의 수록작 재티와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헤이시로&유미노스케 시리즈괴이를 읽지 않아도 전혀 관계없지만,

읽은 독자라면 반가운 카메오를 만난 듯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에서 주인공 오치카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낭인무사 아오노 리이치로와 괴승 교넨보는 네 번째 수록작 토채귀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이 두 남자가 어떤 인연으로 처음 만나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세 번째 수록작인 바쿠치간혈안이라는 작품집에 수록됐던 작품입니다.

혈안은 미미 여사를 비롯 쟁쟁한 작가들이 ‘50’이라는 키워드 아래 뭉친 작품집인데,

타이틀이 된 혈안이 바로 미미 여사의 바쿠치간과 동일한 작품입니다.

작가들의 이름값에 비해 만족도가 낮아서 야박한 평점을 줬던 작품집이지만,

미미 여사의 바쿠치간미야베 월드 2을 통해 다시 보니 새삼 다른 맛이 느껴지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일본 출간제목인 반바 빙의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살해된 자와 살해한 자가 빙의를 통해 몸과 영혼을 공유한다는 설정 자체도 소름 돋지만,

빙의 이후의 기괴하면서도 슬프기 짝이 없는 나날들에 대한 묘사는

섬뜩하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애틋함을 전해줘서 꽤 긴 여운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개별 단편집이다 보니 시리즈물에 비해 몰입감이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사고로, 짱구, 아오노 리이치로, 교넨보 등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한 수록작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만끽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 괴담의 매력은 몰입감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대단했습니다.

올해 목표로 한 미야베 월드 2막 완전정복까지 이제 몇 편밖에 남지 않았는데,

다 읽을 때쯤이면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의 새 작품이 나와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디 미미 여사 본인의 의지대로 100편의 이야기가 채워질 때까지

미야베 월드 2이 꾸준히 계속 나와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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