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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8월
평점 :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괴담 시리즈 ‘미야베 월드 2막’의 한 작품인 ‘괴이’는
모두 9편의 짧은 단편들로 구성된, 시리즈 가운데 비교적 가벼운 분량의 작품입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신비한 영적 능력을 지닌 소녀 오하쓰 시리즈’와
‘인상은 험악하지만 따뜻하고 재능있는 오캇피키 모시치 시리즈’가 종료된 후의 작품인데,
그래서인지 비교적 단순한 소재와 그에 걸맞은 짧은 분량의 스토리로 이뤄져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괴담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결코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습니다.
오히려 판타지의 특성은 더 강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공포는 장편에 못잖게 서늘합니다.
또, ‘원한과 복수심에 휩싸인 원혼’이라는 고전적 캐릭터뿐 아니라
혼을 먹는 마물, 좀비를 떠올리게 하는 산송장, 불로불사의 괴인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미야베 미유키다운 엔딩이 따뜻한 이야기들도 골고루 섞여 있습니다.
선한 도깨비가 나오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사건 끝에 감동적인 진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렇듯 수록작마다 색깔이 다양해서 여느 작품보다 버라이어티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가운데 장편 또는 ‘오하쓰 시리즈’처럼 중편 분량의 연작물을 좋아하지만
‘괴이’ 같은 짧은 단편집 역시 특별한 간식처럼 별미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미야베 월드 2막’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괴이’가 부담 없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겠는데,
다만 ‘괴이’만으로 ‘미야베 월드 2막’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에피타이저 정도로만 생각하고 진짜 참맛은 좀더 두툼한 분량의 작품들,
가령 ‘미인’(오하쓰 시리즈)이나 ‘흑백’(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또는 스탠드얼론인 ‘괴수전’ 등을 통해 만끽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