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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계가 끝날 무렵 - W-novel
아야사카 미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주인공은 지난 1년 동안 등교 거부를 한 채 半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는 와타루입니다.
그런 그가 우연히 쓰기 시작한 소설 ‘미소녀 살인사건‘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와타루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자신감과 고양감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이 쓴 소설과 거의 똑같은 방식의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누군가로부터 협박이 담긴 쪽지와 전화를 받으면서 와타루는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문제는, 와타루가 연재를 중단한 뒤에도 사건은 계속 이어진다는 점.
결국 와타루는 자신의 소설을 지키고 현실에서 만행을 저지르는 범인을 잡기 위해
스스로 미스터리 해결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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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라곤 전무했지만 제목과 표지에 끌려 무작정 읽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좀 읽다 보니 라노벨의 향기(?)가 슬슬 풍기기 시작했고,
그래서 내심 ‘아니다 싶으면 바로 접자’라는 생각을 먹었던 게 사실입니다.
주요인물인 중학생들은 히키코모리, 오타쿠, 왕따, 미소녀 등 라노벨의 전형적 캐릭터였고,
주인공이 인터넷에 올린 ‘미소녀 살인사건 라노벨’이 사건의 출발점으로 설정됐기 때문입니다.
(다 읽고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니 진짜 라노벨이 맞았고,
‘W-novel’이란 시리즈 타이틀은 위즈덤하우스의 라노벨 레이블이더군요.)
하지만 이런 편견에도 불구하고 첫 페이지를 연 뒤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소설 속 소설’이라는 치밀한 구조, 소설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상사건의 정교한 배치,
그리고 (약간 작위적인 면이 있지만) 의외의 결말을 이끌어내는 힘 등
라노벨이라고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탄탄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니 구체적인 내용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확실해보여서
서평에서도 이 이상의 줄거리 소개를 하긴 어렵지만,
350여 페이지의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꽤 여러 번의 변곡점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미스터리의 힘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어서
라노벨에 대해 저와 같은 편견을 가진 독자라도 매력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다소 비현실적이거나 정말 ‘라노벨스러운’ 설정과 전개가 군데군데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작품의 힘과 매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마 그런 필력 덕분에 라노벨 분야 외에도 여러 미스터리 문학상에서 주목받은 듯 한데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라면 놓치지 말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