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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형 살인사건 ㅣ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0월
평점 :
런던의 아파트에서 서로 다른 여섯 사람의 신체 부위를 꿰매서 이어 붙인 시신이 발견된다.
희생자들의 정체도, 그들의 공통점도 찾아내지 못한 채 수사가 미궁에 빠질 무렵,
런던 경시청의 울프 형사에게 편지 한 통이 전달된다.
그 편지는 또 다른 여섯 명의 이름과 날짜가 적힌 살인예고장.
울프는 희생자들의 신원을 찾으면서 동시에 살인예고장 속 인물들을 보호하려 분투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희생자만 늘어날 뿐 범인의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작은 단서에서 찾아낸 희생자들 사이의 공통점은 울프를 충격에 빠지게 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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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설정입니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물론 사건의 성격이나 범인의 캐릭터 등 서사는 전혀 다르지만,
여섯 명의 사체를 훼손하여 봉제인형처럼 만든 범인의 광기는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서 느낀 으스스함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울프는 본명인 윌리엄 폭스 대신 약칭으로 더 자주 불리는 런던 경시청 형사입니다.
유능한 경찰이긴 하지만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로 일에 매몰되는 캐릭터인데,
4년 전에는 자신이 체포한 연쇄 방화살인범이 무죄판결을 받자 법정에서 그를 폭행했고,
그로 인해 정신병원 감금과 강등까지 감내해야 했던 인물입니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울프의 강박증이 또다시 도지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봉제인형’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맞은 편 건물에서 발견된데다
그 ‘봉제인형’의 손가락이 자신의 아파트를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의 파트너였던 백스터와 풋내기 형사인 에드워즈의 집요한 탐문은
봉제인형이 된 희생자들이 과거 울프가 다뤘던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밝혀내는데,
문제는 그 시점부터 울프 본인마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는 점입니다.
진범의 정체와 사건의 경위가 모두 밝혀지는 2/3지점까지는 대체로 재미있게 읽힙니다.
봉제인형처럼 끔찍하게 꿰매어진 시체, 그 봉제인형을 구성하는 희생자들의 신원 찾기,
살인예고장 속에 거론된 인물들의 정체와 그들을 놓고 대치하는 범인과 경찰의 대결,
주인공 울프를 둘러싼 런던 경시청 내의 정치적 갈등과 부당한 압력,
그리고 다채로운 경찰 캐릭터에 더해 선정적으로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 등
다소 고전적이면서도 잔혹성과 속도감을 겸비한 설정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별 3개라는 제법 짠 평점을 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울프라는 주인공이 있지만 정작 그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중요한 탐문과 단서는 울프보다 조연들이 더 열심히 다니고 찾아낸다는 얘깁니다.
울프와는 연인인 듯 아닌 듯 애매한 관계에 있는 다혈질 형사 백스터를 비롯
어리바리한 듯 보이지만 나름 집요함과 추리력을 지닌 신참 형사 에드워즈,
울프와 함께 현장을 뛰었던 관리직 시몬스, 정년이 얼마 안 남은 핀레이 등이 그들인데,
그렇다고 올프가 그 시간에 좀더 중요한 미션을 수행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엔딩을 보면 울프가 왜 그리 안 보였는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납득하긴 어렵네요.)
잘 보이지도 않던 주인공이 갑작스레 클라이맥스와 엔딩에서 주인공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면
아무래도 그 대목은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럽게 읽힐 가능성이 높은데,
바로 그 점이 짠 평점의 두 번째 이유입니다.
막판에 드러난 ‘봉제인형 살인사건’의 실체와 거기에 울프가 연루된 정황에 대한 설명은
아무리 되읽고 다시 생각해봐도 반전을 위한 반전 또는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였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미스터리나 스릴러에서 가장 기피해야 할 방식의 클라이맥스와 엔딩이란 느낌이었고,
결국 울프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2016년 런던도서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이라고 하니 후한 평점을 준 독자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캐릭터에 비해 마무리가 허술한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알라딘 평균 평점이 별 4개인 걸 보면 재미있게 읽은 독자도 있다는 뜻이니
저의 짠 평점 때문에 미리 실망하지 말고 다른 분들의 서평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