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 ‘침저어’, ‘열대야’, ‘암살자닷컴를 통해 맛본 소네 케이스케의 독특한 세계는

그 어느 일본 미스터리 작가와도 차별되는 뚜렷한 개성이 있어서 무척 매력적입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장편이라 더 기대가 됐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만족이었습니다.

 

부패 형사이자 야쿠자에게 목숨을 담보 잡힌 에바토 료스케,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 공장 아르바이트와 매춘의 굴레 속에 갇혀 있는 쇼다 미나,

환갑의 나이에 사우나 카운터를 보며 생활고를 이어가는 아카마츠 칸지 등,

어디 하나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세 사람의 일상 속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연이은 살인과 실종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우시가누마에 살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지만,

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큰 사건에 함께 휘말리고 맙니다.

 

초반 설정까지 읽었을 때 문득 오쿠다 히데오의 최악방해자가 떠올랐습니다.

두 작품 모두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세 인물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이 하나의 큰 사건 속으로 엮여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사실 최악이 떠오른 때부터 조금은 이른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에서 보였던 소네 케이스케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그와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에 의한 사실적인 이야기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인가부터 이야기의 순서가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순서의 파괴에 그치지 않고 점차 이면의 진실들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그때까지 읽으면서 느꼈던 모든 위화감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구성이 낯설진 않지만, ‘랜덤한 시간배열은 그 자체만으로 독특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뭐랄까...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서로 다른 이야기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숙명처럼 모두 엮여있는 이야기란 뜻입니다.

당연히 이 지점부터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도 온 집중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소네 케이스케의 진면목을 맛보려면 절대 페이지를 허투루 넘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예상대로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지만,

그 과정에서 쉴 새 없이 등장인물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동시에 독자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정점을 향해 폭주하는 소네 케이스케의 필력 덕분에

예상대로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됩니다.

결국 다 읽은 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라는 제목에 감탄하게 되고,

수많은 조연들을 빈틈없이 직조해낸 작가의 구성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마지막 장을 덮은 덕분에 서평 자체가 조금 오버한 느낌도 듭니다.

, 눈썰미가 뛰어난 분들은 중간쯤에 소네 케이스케의 을 모두 간파하실 수도 있기에,

제 서평이 과잉이라고 여기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장만 화려한허접한 이야기들에 비하면,

지푸라기~’는 보기 드물게 속이 꽉 찬 튼실한 열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족으로...

소네 케이스케의 이력을 살피다 보니 특이하게 사우나 종업원이 있네요.

아마 주인공 중 한 명인 아카마츠 칸지의 묘사는 그 이력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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