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별의 금화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독일 헤센 주 프랑크푸르트 경찰청 강력팀장 로버트 마탈러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너무 예쁜 소녀한여름 밤의 비밀에 이어 한국에 세 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입니다.

전작들을 못 읽은 상태에서 이 작품으로 마탈러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됐는데

독일 작가의 스릴러라면 일단 믿고 찾는 버릇 때문에 꽤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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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미제 상태이던 연쇄 성폭행 사건을 해결한 마탈러는

오랜 친구이자 기자인 안나로부터 실종된 원로 여기자 쉐러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초라한 호텔에서 그녀의 사체를 발견한 마탈러는 즉각 수사에 나서려 하지만

갑자기 현장에 나타난 지방범죄수사국 형사 로텍의 방해로 수사를 접을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상관을 통해 사건에 대한 함구령까지 지시받자 마탈러의 의심은 더욱 커지고

결국 사건을 은폐하려는 세력에 맞서 동료들과 함께 은밀한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헤센 주의 정치권력이 사건에 연루돼있다는 사실과 함께

비밀스런 고급 클럽 '별의 금화'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거래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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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한 줄거리대로 정치권력, 언론, 부패경찰, 살인사건이 뒤섞인 스릴러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야비한 짓도 서슴지 않는 정치권력,

그들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부패경찰과 그 비리를 파헤치려는 강직한 언론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사건이 이 작품의 메인 코드들입니다.

 

주인공 마탈러는 사실 유능한 형사라는 점 외엔 딱히 두드러진 개성이 안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적극적인 협력과 위로를 이끌어내는 카리스마가 있고,

덕분에 부하들은 물론 비서, 감식반, 검시관, 인터폴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습니다.

, 체코 출신 연인 테레자를 비롯 업무상 알게 된 모든 여성과 미묘한 관계를 나누는데

그렇다고 대놓고 카사노바처럼 그려지진 않아서 매력적인 마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눈을 향해 발사된 총에 살해된 원로 여기자, 함정수사로 특정 정치인을 파멸시키려는 계획,

우연히 사건을 목격하고 결정적 단서를 손에 넣은 탓에 도망자 신세가 되는 목격자,

그리고 주인공 마탈러 못잖게 진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위기를 넘나드는 여기자 등

사건과 그 배경 설정도 무척 흥미롭고 주인공 마탈러도 눈길을 끄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스릴러 설계에 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악당들의 존재감이 부족했던 점이 가장 아쉬웠는데,

초반부터 뭔가 대단한 음모라도 꾸밀 것처럼 등장했던 헤센 주의 권력자들은

분량이나 비중도 얼마 없고 딱히 한 일도 없이 슬그머니 퇴장하고 말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부패경찰 역시

목적이나 동기가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아서 긴장감을 유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후(권력자들)와 실행범(부패경찰) 사이의 연결고리는 어디서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막판에 이르러 오히려 이야기의 사이즈가 확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이 작품의 제목이자 음모의 무대로 설정된 클럽 별의 금화인데,

그곳의 주인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드나드는 곳이라는 팩트 설명은 있지만

등장인물 중 누군가 그곳에 드나드는 장면도,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장면도 없습니다.

단지 그곳에서 거대한 정치적 음모가 시작됐을 거란 추정밖엔 할 수 없는데

그렇다 보니 작품 제목으로서도, 이야기의 주요 무대로서도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사족으로... 많지는 않지만 오타가 종종 보였고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번역가 송경은은 죽음의 론도’, ‘죽음을 사랑한 소년’, ‘지옥이 새겨진 소녀

주로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작품을 통해 만난 적이 있지만

오타나 번역 상의 문제를 눈에 띄게 발견한 적이 없어서 이번 작품은 좀 의외였습니다.

그렇다면 편집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얘긴데,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외국 시리즈물은 출간 순서보다는 대중성이 뛰어난 작품부터 국내에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탈러 시리즈는 첫 작품인 너무 예쁜 소녀2013년에 제일 먼저 소개됐습니다.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문장도 유려하지만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은 게 사실인데,

그렇다고 클럽 별의 금화만으로 이 시리즈를 평가하는 건 좀 성급한 듯 해서

시리즈 첫 작품이자 국내에 처음 소개된 너무 예쁜 소녀를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유능한 형사이자 순진한 마초인 마탈러의 진짜 매력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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