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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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서 목표 중 하나인 미야베 월드 2막 완전정복의 첫 편입니다.

에도 시대를 무대로 한 괴담+판타지+미스터리 시리즈인 미야베 월드 2

2007외딴 집을 시작으로 국내에 모두 18편이 출간된 상태인데,

그중 7편은 이미 읽었지만 이번 기회에 못 본 작품들과 함께 순서대로 다시 읽을 생각입니다.

 

말하는 검은 한국에서는 2011년에 출간됐지만

일본에서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1991)에 이어

1992년에 발표된 미야베 월드 2막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모두 네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데

신비한 능력을 지닌 16살 소녀 오하쓰가 등장하는 두 편(‘길 잃은 비둘기’, ‘말하는 검’)

미야베 미유키가 작가가 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던 시절에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 중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소박한 맛과 함께 미야베 미유키의 저력의 근원을 만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미야베 월드 2은 괴담과 판타지의 콜라보가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말하자면 현실에서는 일어날 일 없는 기이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 오하쓰의 멘토로 등장하는 노() 부교 네기시 야스모리의 말대로

괴이한 일은 그 나름대로 이치가 있고, 괴이가 진실을 파헤치는 일도 있다.”는 식의 서사가

이 시리즈를 떠받치는 가장 큰 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은 보거나 듣지 못하는 환영과 목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자인 오하쓰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사이코메트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건이 벌어진 공간 가까이에 가거나 사건과 관련된 사물과 접촉하면

자기도 모르게 환영과 목소리를 보고 듣게 됩니다.

어릴 적 양부모가 화재로 사망할 당시 3살의 나이에도 불길을 헤치고 나와 살아남았던 그녀는

16살이 된 해 초경을 치르면서 특별한 능력의 본격적인 발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능력 덕분에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고 악당을 응징할 수 있게 되지만

오하쓰 개인으로서는 어쩌면 불행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런 오하쓰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나이 차이가 많은 큰오빠이자 무사의 수하로서 범죄수사에 참여하는 오캇피키인 로쿠조와

상급무사이자 치안관리 책임자인 네기시 야스모리가 대표적입니다.

성미는 급하지만 뛰어난 수사능력과 공정한 태도로 유명한 로쿠조는

오하쓰의 특별한 능력을 믿지 않다가 결정적인 계기로 인해 그녀에게 의지하게 되고,

고위 관리임에도 신기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스스로 이야기 수집에 열을 올리는 네기시는

오하쓰에게 저자거리의 신기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특별한 미션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괴이한 병에 걸린 주인 때문에 하녀들이 잇달아 도망치는 밀초가게의 미스터리와

비둘기를 키우던 성실한 젊은이가 갑자기 익사한 사건을 엮은 길 잃은 비둘기

오하쓰가 처음으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여 진실을 캐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판 표제작인 가마이타치는 오하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잔혹한 연쇄살인과 함께 꽤 복잡한 구도가 펼쳐지는 밀도 높은 미스터리입니다.

갑자기 피부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나는 현상을 일컫는 가마이타치라는 괴담이 등장하지만

판타지라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살인사건 수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판 표제작인 말하는 검미야베 월드 2의 본색을 충실히 보이는 작품인데,

밤이면 신음소리를 내뱉는 이상한 칼, 원념에 사무친 한 도공(刀工)의 피의 저주,

그리고 그 원념을 봉인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한 남자의 이야기 등

괴담과 판타지의 요소가 꽉 들어찬 수작입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 오하쓰의 이야기는 흔들리는 바위’, ‘미인까지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하쓰의 이야기가 좀더 많이 이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미야베 월드 2에는 오하쓰 못잖은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처음 만난 주인공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이어 읽을 흔들리는 바위미인모두 장편인데

오래 전에 읽어서 큰 줄거리 외엔 가물가물하지만 무척 흥미로웠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늘 읽어야지 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뒀던 미야베 월드 2이지만

막상 다시 읽기 시작하니 한 번에 완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분이 느껴집니다.

당분간은 출퇴근길이든 주말에든 내내 에도의 괴담과 판타지와 함께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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