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타깃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2015년에 출간된 그레이맨의 후속작입니다.

CIA 특수임무국 출신인 코트 젠트리는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전설의 킬러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해있던 CIA를 비롯 무수한 조직의 제거 명단에 올라 있어

단 하루도 평온한 날을 보내지 못하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전작인 그레이맨에서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거물급 의뢰인과 결별한 그는

현재는 러시아의 무기 딜러 시도렌코와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그레이맨때 쓴 서평에서 코트 젠트리의 캐릭터를 정리한 대목을 인용해보면,

냉혈동물 같은 킬러이면서도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언제라도 자신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인간미와 정의감입니다.

그는 아무리 큰돈이 걸려있더라도 명백한 악이 아니라면 일을 맡지 않습니다.

반대로, 정의감 하나 때문에 무모해보일 정도의 상황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코트 젠트리의 이런 캐릭터는 이번 작품에서 그를 더욱 곤란한 처지로 이끕니다.

시도렌코로부터 대량학살의 주범인 수단 대통령 암살을 의뢰받은 코트는

그와 동시에 CIA로부터 수단 대통령의 납치를 지시받습니다.

CIA는 이 미션만 성공하면 그에 대한 제거 명령을 취소하겠다는 조건을 내거는데,

코트로서는 도저히 거부하기 힘든, 하지만 러시아 의뢰인을 배신해야 하는 조건이기에

꽤나 긴 고민 끝에 나름의 절충안을 세우곤 수단에 잠입합니다.

하지만 코트는 미션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태,

즉 자기 때문에 위기에 빠진 국제형사재판소 조사관 엘렌을 구하려다 큰 난관에 봉착합니다.

말하자면, 미션도 중요하지만 도저히 그녀를 버릴 수 없었던 코트는

수차례 위기를 넘긴 뒤에야 겨우 원래 미션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데,

어쩔 수 없는 정의감이 이 모든 고초를 초래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대목에서는

오랜만에 코트의 진면목을 만난 것 같아 무척 반가웠습니다.

 

아무튼...

이후 코트는 지원군이 된 CIA의 전 동료들과 대통령 납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겨우 미션을 완수하는가 싶지만,

강대국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CIA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수단의 참혹한 내전과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지켜본 코트는

또 다시 특유의 인간미와 정의감을 앞세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기로 결심합니다.

물론 그 순간부터 그는 적과 아군에게 모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CIA가 등장하고, 대통령을 납치해야 되고, 거듭되는 총격전이 벌어지다 보니

꽤 두툼한 분량임에도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페이지는 잘 넘어갑니다.

코트와 전 CIA 동료들 간의 갈등과 협력도 팽팽하게 전개되고,

전설적인 킬러이자 슈퍼 히어로인 코트의 불사신 같은 능력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 작가 스스로 꽤나 고된 발품을 팔아 자료조사를 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덕분에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인 그레이맨에 비해 아쉬운 점이 더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대통령 납치 과정이 밋밋했던 점인데,

납치와 살해라는 양립 불가능한 두 개의 요구 때문에 갈등에 휩싸였던 초반과 달리

막상 현장에 진입한 이후의 코트는 거의 살상용 무기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레이맨에서는 주인공의 액션과 고뇌가 잘 버무려진 본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수많은 킬러들에게 쫓기는 가운데 코트가 배신과 반전, 고뇌와 갈등을 겪는 그레이맨에 비해

온 타깃의 경우 화려하긴 해도 평범한 총격전 외엔 코트의 고뇌는 엿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강대국의 이해관계 따위엔 관심 없이 자신이 믿는 정의를 실현하려는 후반부의 코트는

살상용 무기를 넘어 주인공다운 포스를 발휘하긴 하지만 분량도, 깊이도 아쉽게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코트의 미션의 전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묘사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영화나 게임이나 소설을 통해 너무 익숙해진 서사 이상을 만끽하긴 어려웠습니다.

액션 스릴러의 주인공은 싸움은 당연히 잘 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갖고 있어야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사족으로...

전작인 그레이맨에서도 적잖은 오타와 무수한 띄어쓰기 오류를 지적한 적 있는데,

온 타깃역시 그런 점이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내용만 보면 별 4개가 적당했지만 무성의한 편집 때문에 별 1개를 덜어내기로 했습니다.

출판 시스템을 잘 모르긴 하지만 오타와 오류를 걸러내는 장치는 출판의 필수 아닌가요?

게으름인지 배짱인지 무지의 산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출판물의 오류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듯한 출판사의 태도는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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