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케이트
알렉스 레이크 지음, 장선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케이트는 자신이 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연쇄살인사건 때문에 패닉에 빠진다.

그건 살해된 20대 여성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꼭 닮았기 때문.

혹시 마지막 목표가 자신이 아닐까, 라는 공포를 느낀 케이트는

부모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는 건 물론 외모까지 확 바꿔보지만 별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한편, 케이트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던 필은 현실을 수긍하지 못하고 케이트에게 집착한다.

케이트는 필이 자신을 몰래 따라다닌 사실까지 알고 분노하지만,

경찰을 통해 그가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라는 말을 듣곤 큰 충격에 빠진다.

 

● ● ●

 

잔혹하게 살해된 여성들이 자신과 꼭 닮았다는 사실에 패닉에 빠진 케이트 주변에는

여러 남자들이 다양한 거리를 두고 배회합니다.

케이트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뒤 거의 폐인처럼 살아가며 그녀 주변을 맴도는 전 남친 필,

여행지에서 만나 충동적인 하룻밤을 보낸 뒤 고향에서 우연처럼 재회한 멋진 연상남 마이크,

같은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며 수시로 추파를 보내는 네이트,

옆집에 살며 케이트가 곤란할 때마다 도움을 주곤 하는 칼 등이 그들인데,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캐릭터들이긴 하지만 실은 작가는 진범을 쉽게 노출시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누가 범인?’보다는 ?’에 더 방점을 찍은 작품이며,

2/3쯤엔 작가가 범인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때문에 이른 진범 식별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두 번에 걸친 막간 : 5년 전이라는 챕터가 더 궁금증을 일으키는데,

그 안에는 케이트를 포함한 절친 4명이 5년 전에 겪은 비극이 서술돼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부터 자매처럼 자란 4명 가운데 베스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나머지 친구들은 그것이 베스가 만나던 남자 때문이란 걸 짐작만 할 뿐입니다.

막간이 메인 스토리와 어떻게 연결될지가 꽤 궁금해지는데,

작가는 케이트를 겁에 질리게 만든 연쇄살인범 스토리와 이 막간을 절묘하게 연결시켜

중반부의 반전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엔딩까지 장식하게 만듭니다.

 

자신을 꼭 닮은 연쇄살인 피해자라는 설정만 보면 심리적 공포 묘사가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이 점에 대해선 독자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가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재미있게 읽긴 했어도 다소 밋밋한 독후감을 느끼게 만든 요인이었습니다.

 

자신과 닮은 여자들이 살해되는데, 아무리 (남친과 결별한 상태에서) 절친이 권한다 해도

데이트 사이트에 사진을 비롯한 자기 정보를 올리며 새 남자를 찾는 케이트의 행동은

독자에게 심리적 공포를 이입시켜야 할 주인공 치곤 참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작가가 심리보다는 사건 위주의 오락물을 의도했음을 반증하는 설정입니다.

사소하지만, 큰 도시도 아닌 듯 한데 케이트를 닮은 여자가 그렇게 많다는 점도 부자연스럽고

절친들 외에는 누구도 딱히 케이트를 걱정하지 않는 점도 계속 덜컥거리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범인이 공개된 2/3쯤부터는 사건 중심의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물처럼 읽혔는데,

개인적으로는 긴장감은 배가되지만 오히려 현실감은 떨어졌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범인의 동기나 소시오패스로서의 캐릭터도 어딘가 억지스러웠는데,

잔혹한 악당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나쁜 성정은 다 갖다 붙인 느낌이랄까요?

그의 집착이나 욕망이 좀더 자연스럽고 그럴 듯 했다면 케이트의 공포가 더 생생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분히 작위적인 캐릭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서

위기가 최고조에 다른 클라이맥스에서 조차 좀처럼 긴장감을 유지하기 힘들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앞서 말한대로) ‘재미있지만 긴장감은 별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주인공이나 범인의 부자연스러운 설정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서사 역시 500페이지에 육박할 만큼 크지 않아서 때로 지루하게 읽힌 대목도 있었고,

없어도 무방한 에피소드(케이트와 부모의 갈등)도 눈에 띄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필력만 놓고 보면 이 작가의 작품을 한 편쯤은 더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작품보다 먼저 출간된 애프터 안나가 눈에 띄어서 일단 목록에 올려놓기로 했습니다.

 

사족으로...

출판사의 결정인지, 번역자의 개성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대화를 큰따옴표가 아니라 작은따옴표로 표기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어떤 대화든 매번 상대에게 하는 대사인지, 마음의 소리인지 헷갈리곤 했는데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읽기를 꽤나 방해한 것은 물론 짜증까지 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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