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기에 없었다
조너선 에임즈 지음, 고유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꽤 화려한 이력을 지닌 작품입니다.

2016년 타임스에서 '올해의 범죄소설'로 선정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2017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본문이 불과 144페이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약간 짧은 중편이라고 할 정도의 소소한 분량인데,

그 안에 담긴 스릴러 서사는 거의 500페이지 급에 어울리는 무게를 지니고 있어서

마치 핵심 내용만 정리한 요약본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주인공 조는 전직 FBI요원이었지만 지금은 청부업자로 일하는 중년 남자입니다.

과거, 인신매매 조직의 냉동차에서 비참하게 죽은 수십 명의 중국소녀 사체를 목격한 뒤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해 FBI를 그만두고 청부업자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그가 다루는 주된 의뢰는 납치 또는 실종된 여성들을 찾는 일입니다.

그런 그가 상원의원의 납치된 어린 딸을 찾는 꽤 위험한 일을 맡게 되는데,

그 일로 인해 조 자신은 물론 주변의 인물들이 참혹한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조는 이 납치극의 배후에 소아성애에 빠진 권력자들의 추한 욕망이 있음을 알게 되곤

자신이 아끼는 무기(망치)와 순수한 분노를 앞세워 그들을 응징하기로 결심합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물의 공식에 충실한데다 요약본의 느낌이 들 정도로 짧은 분량이지만

그렇다고 작가가 재미 위주의 사건 나열에만 열중한 작품은 아닙니다.

특히 주인공 조가 뿜어내는 묵직한 매력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조는 꽤 복잡하고 비극적인 사연을 지닌데다 늘 자살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이고,

어떤 지독한 참극 앞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하드보일드 캐릭터입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조의 캐릭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입체적으로 느껴진 것은

사족 하나 없이 압축적인 문장들만으로 효율적인 묘사를 이끌어낸 작가의 필력 덕분인데,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장편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더 진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만한 필력에 이만큼 매력적인 주인공이 더해진 장편이라면

유수의 스릴러 시리즈에 못잖은 명품이 태어났을 게 확실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분량의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사실인데,

사건은 너무 급하게 전개됐고, 그 결과 악당의 실체나 파워도 다소 불분명하게 보였고,

결국 너무 급히 먹느라 그 맛을 음미할 수 없었던 값진 요리같은 미련이 깊이 남았습니다.

결론적으로, 1개가 빠진 유일한 이유는 짧은 분량으로 인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올해의 범죄소설로 선정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면 분명 후속작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작품의 엔딩에 이은 뒷이야기와 조의 활약이 궁금한 저로서는

후속작 소식이 하루라도 빨리 들려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장편으로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