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방정식 살인방정식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신흥 종교 쇼메이카이의 카리스마 교주 기데나 미쓰코가 철교 부근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이후 차기 교주에 오른 미쓰코의 남편 고조 역시 한 빌딩 옥상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형사들은 수사에 착수하지만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

특히 새 교주인 고조는 종교의식 때문에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올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

젊은 형사 아스카이 교와 그와 성격이 정반대인 쌍둥이 형제가 함께 수사에 착수한다.

조금씩 실마리가 잡히는 듯하지만, 다시 새로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관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아야츠지 유키토의 1989년 작품입니다. (국내 출간은 2011)

그가 1987십각관의 살인으로 데뷔한 점을 감안하면 꽤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미스터리 설정, 트릭, 진범의 정체 등 여러 지점에서

(요즘 독자 눈높이로 보자면) 제법 올드하거나 아날로그적인 냄새가 많이 풍기는 작품입니다.

 

신흥 종교집단의 주요인물들이 연이어 참혹하게 살해되는데,

주변인물 모두가 동기 면에서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대부분 확증을 잡을 수 없는 인물들인데다

살해방법이나 사체유기방법 모두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점이 있고,

연이어 발견된 사체가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인지 여부 자체도 불확실해서

경찰은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집니다.

 

피살된 인물도 많고,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도 많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들도 여럿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시체만 봐도 속이 뒤집어지는 백면서생 형사 아스카이 교와

차분하고 냉정한 베테랑 형사 오제키가 콤비 플레이를 하는가 싶었는데,

(출판사 소개글대로) 곧이어 등장한 아스카이 교의 쌍둥이 형이 실질적인 수사를 이끕니다.

이름까지 똑같은 쌍둥이 형은 다분히 4차원적인 천재 캐릭터에 가까운 인물인데,

닮은 외모를 이용하여 형사인 동생 대신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진실을 캐냅니다.

(일본에서 살인방정식 시리즈가 출간된 걸 보면 쌍둥이의 콤비 플레이는 계속 된 것 같은데,

현재 국내에는 이 작품만 출간돼있습니다.)

 

살인방정식이란 제목은 마지막에 드러나는 살인 및 사체유기 방법과 관련 있는데,

더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묘사는 못하겠지만,

아야츠지 유키토의 스승(?)이자 동 시대에 활약한 모 작가의 작품에서 본 적 있는 트릭이라

약간의 기시감까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디테일한 방법에선 차이가 있지만 다소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이란 점에선 닮은꼴의 트릭인데

왠지 그 시대(1980년대 후반)에는 이런 트릭이 먹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막판에 밝혀진 진범의 정체는 독자의 예상을 빗나가긴 했어도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너무 많이 빗나간 탓에 약간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작가는 진범의 입을 통해 범행동기와 설계과정을 꽤 길고 장황하게 설명함으로써

반전 자체를 수긍하기 어려워하는 독자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끝나는가 싶던 막판에 마지막 반전 한 가지를 추가로 선사하기도 합니다.

 

다만, 요즘 독자들에게는 결과론적이거나 다소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 읽힐 여지가 커서

말 그대로 고전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이 작품을 대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세련되고 매끄럽고 과학적인 미스터리에 식상한 독자라면

스마트폰도 없고, DNA 감식도 없던 시절의 아날로그 미스터리에 도전해보는 것도

꽤 신선하고 특별한 경험이 돼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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