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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 1
돈 윈슬로 지음, 박산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데니 멀론은 뉴욕 맨해튼 북부 특수수사팀의 리더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맨해튼 북부의 왕.
흑인 동료 빅 몬티, 이탈리아계 단짝 친구 필 루소 등과 함께
맨해튼 북부 지역에서 일어나는 마약과 폭력 사건들을 해결해온 영웅 경찰이다.
이 영웅 경찰이 어느 날 부패 혐의로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뉴욕시 정관계와 경찰 등 최고 권력자들이 모두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한다.
데니 멀론은 이들 모두와 촘촘히 연루돼 있고, 이들 부패의 핵심에 서 있는 인물이기 때문.
멀론이 무너지면 뉴욕 권력의 핵심부가 통째로 무너지게 된다.
소설은 의협심 넘치던 모범 경찰이었던 멀론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구치소에서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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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주인공인 ‘대부’를 상상해보라.”라는 스티븐 킹의 추천사는
이 작품을 가장 적확하게, 가장 의미심장하게 압축한 한줄 평입니다.
‘대부’의 주인공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마피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그들에게 열광했듯
일찌감치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더 포스’의 주인공들에게도 독자들은 열광하게 됩니다.
데니 멀론에겐 ‘대부’의 주인공들처럼 기꺼이 대신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친구들도 있고,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증오의 대상(동료경찰이든 마약폭력조직이든)도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친구와 적들 모두 ‘부패’라는 사슬로 견고히 엮여있습니다.
데니 멀론과 동료들은 현장에서 수거한 마약과 돈을 빼돌려 미래를 준비하기도 하고,
돈 한 푼 안 내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여자를 향유하는 것은 물론,
맹렬하게 대치중인 흑인, 중남미, 이탈리아 계 마피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취하는 위험한 행보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크리스마스 때마다 맨해튼 북부의 빈민들에게 칠면조를 돌리기도 하고
시한폭탄 같은 할렘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근무하기도 합니다.
경찰 내부에도 데니 멀론 무리를 못마땅히 여기는 동료나 상관들이 부지기수지만,
언제나 대단한 성과를 올리는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자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데니 멀론의 탄탄대로는
너무나도 사소해 보이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파멸로 이끌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고,
그제야 지난 18년 동안의 경찰 생활에서 자신이 야금야금 넘어왔던 ‘선’들을 기억해냅니다.
처음엔 공짜 커피에서 시작됐지만, 어느 샌가 100달러 지폐를 당연한 듯 받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안락한 미래를 설계하고도 남을 토대를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부패경찰 데니 멀론의 참회록’이란 뜻은 절대 아닙니다.
뉴욕의 권력가들은 그의 파멸을 바라면서도 동시에 그의 입이 열릴까봐 전전긍긍하게 되고
데니 멀론은 날개 없이 추락하는 와중에도 전세를 뒤엎기 위해 마지막까지 분투합니다.
자신을 파멸로 이끈 마피아와 갱조직을 궤멸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고,
자신의 파멸로 이익을 보려는 권력자들에게는 호된 반전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부패경찰인 데니 멀론의 마지막은 해피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영화 ‘대부’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어떤 느낌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2권 합쳐 700페이지가 넘는 대단한 분량이지만 주말 하루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1권이 데니 멀론과 그의 동료들, 소위 다 포스(Da Force)의 화려한 무용담에 할애됐다면
2권은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길을 치닫는 그들의 파국을 긴장감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명확한 ‘주적(主敵)’ 없이 경찰, 마피아, 갱, 권력자들의 복잡한 갈등관계가 그려지고 있어서
독자에 따라 쉽게 따라갈 수 있는 핵심줄기가 모호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피아의 식별이 불분명한 뉴욕의 정치-법조-경찰-갱-마피아간의 먹이사슬 관계는
이 작품의 필수요소이자 가장 큰 매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서평을 마치고 “경찰이 주인공인 ‘대부’를 상상해보라.”라는 스티븐 킹의 코멘트를 다시 보니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붙인 긴 서평이 참 허망하고 무색해 보입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에 따르면 ‘더 포스’가 영화로도 만들어질 계획이라는데,
아무래도 마피아가 주인공인 ‘대부’만큼의 위압감을 갖긴 어렵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비장미만큼은 충분히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