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가 온다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여행을 떠났던 여대생이 인적 드문 산속에서 반백골로 발견된다.

살해된 시점도 알 수 없고, 주변에 지인조차 얼마 없는 탓에 수사는 난항을 겪지만,

수원중부경찰서 이평서 팀장은 그녀가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이웃을 무차별 폭행하여 살인에 이르게 한 사건을 조사 중인 법학대학원생 박심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던 피의자가 약을 끊은 지 17일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 피의자에게 약을 끊으라는 조언을 한 항우울제를 반대하는 모임에 관심을 갖는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출판사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 이 작품의 주된 소재는 우울증입니다.

자살 혹은 타살로 보이는 여러 죽음이 등장하고 그 죽음의 기저에는 우울증이 깔려있습니다.

중년의 노련한 강력계 형사가 여대생의 죽음을 수사하고

예비변호사인 로스쿨 학생이 대낮에 상대를 무차별 폭행, 살해한 피의자를 조사하는데,

전혀 별개로 보이던 두 사건은 우울증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한 곳으로 수렴됩니다.

 

작가가 본문에서도 여러 번 반복하여 지적했듯 우울증은 단순한 우울감의 발현이 아닙니다.

가까이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을 지켜본 탓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또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쉽게 공감하거나 위로해주기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어서

우울증이라는 소재가 미스터리 속에 제대로 녹아들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했고,

우울증을 겪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살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었습니다.

(아마 이 작품의 주된 소재가 우울증이란 걸 미리 알았으면 안 읽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확인했던 송시우의 필력은

우울증이라는 소재를 자살, 타살, 소시오패스, 음모론 등 다양한 코드들과 함께 잘 버무렸고,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너무 명백한 살인사건이라 피의자의 우울증 조사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로스쿨 학생 박심이

성실함과 집요함을 무기로 우울증이 갖는 파괴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 가는 과정이나

변사 사건으로 쉽게 덮을 수도 있는 반백골의 여대생 사건을 맡은 이평서 팀장이

사소한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 모두

탄탄한 구성과 성실한 문장들을 통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미스터리의 힘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제약사와 의료계가 우울증을 이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올린다는 음모론이라든가

상대의 우울증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구현하려는 그릇된 인물에 대한 묘사,

, 우울증 환자들끼리 소모임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때론 그것이 예상치 못한 파국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설정은

직설적인 우울증 서사만을 우려했던 저에게는 무척 신선하게 읽힌 대목이었습니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달리는 조사관’, ‘아이의 뼈등을 통해

믿고 읽는 한국 장르물 작가로서의 매력을 발휘했던 송시우의 힘을 유감없이 느끼긴 했지만,

아쉬운 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약간은 과도한 우울증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후반에 수록된 도움받은 책들목록만 봐도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 알 수 있지만

논문 수준에 가까운 우울증에 대한 설명은 때론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구성이라 해도 때론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0.5개가 빠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너무 특이해서 거부감이 들었던 인물들의 이름입니다.

박심, 반탁신, 박이음, 설리사 등이 그것인데

생경함 때문에 오히려 비현실적인 존재로 보이게 만든 작명이라는 생각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작가는 후속작의 여지를 대놓고 남겨놓았는데,

과연 예비변호사 박심과 노련한 형사 이평서가 새 사건으로 재회하게 될지 사뭇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