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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장의 살인 ㅣ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평점 :
신코대학 미스터리 애호회의 하무라 유즈루는 자칭 ‘신코의 홈스’ 아케치 교스케의 조수.
하무라와 아케치는 경찰까지 도운 적 있는 여학생 명탐정 겐자키 히루코와 함께
어딘가 불온한 느낌이 드는 영화 연구회의 여름 합숙에 참가한다.
하지만 합숙 첫날밤, 참가자들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태와 맞닥뜨리곤 패닉상태에 빠진다.
숙소에 갇힌 채 하룻밤을 보낸 그들은 이튿날, 밀실에서 참혹한 시체가 된 동료를 발견한다.
이를 신호탄으로, 전대미문의 클로즈드 서클에서 연쇄살인의 막이 오른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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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장’, ‘~저택’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밀실살인 고전미스터리를 연상케 하는 작품입니다.
자담장이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참혹한 시신들이 발견되자
주인공 하무라는 “이래서야 시인장(屍人莊)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하긴 설마 시인장이라는 이름의 저택이 있을까, 싶긴 했습니다.
첫 장을 열자마자 나온 ‘자담장 평면도’를 보니 역시 예상대로 이야기가 전개될 듯 싶었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어떻게 클로즈드 서클을 만들었을까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인적 없는 곳에 자리 잡은 저택, 끊어진 통신, 갑작스런 천재지변 등 상투적인 설정뿐이라면
이 작품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큰 상을 수상하진 못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우려와 달리 작가는 아무도 시도한 적 없는 아주 독특한 이중밀실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출판사 소개글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태’라고만 언급했듯
이 이중밀실 자체가 꽤 큰 스포일러라 서평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저택 자체를 외부와 차단시킨 밀실 설정이 이 작품만의 고유한 특징인데,
꽤 앞부분에 이 설정이 등장하기 때문에 굳이 소개 못할 이유도 없지만,
자칫 독자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애매하게만 언급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10여 명의 인물이 갇힌 저택에서 연이어 참혹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자
셜록 홈스의 조수 왓슨을 연상시키는 하무라와 4차원 명탐정 캐릭터인 히루코는
수많은 가능성을 고민하면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저택을 고립시킨 ‘예상치 못한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공포심을 고조시키고
저택에 갇힌 자들은 살인범은 물론 ‘예상치 못한 사태’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바로 이 점이 논리적 해결을 미덕으로 삼는 ‘밀실살인 본격미스터리’와 차별화되는 지점인데
말하자면 현실과 비현실,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뒤섞은 독특한 장르가 탄생하게 됩니다.
일단 신인작가가 데뷔작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지만,
그 때문에 독자에 따라 약간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진실에 의하면 살인범은 꽤나 복잡한 트릭을 설계한 셈인데,
당연히 주인공 하무라와 히루코가 진실을 밝히는 과정도 그만큼 복잡하게 설명됩니다.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어느 대목에선 좀 결과론처럼 읽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사태’의 개입 때문에 100% 논리적인 추론이 어려웠던 것 같고,
그로 인해 깔끔한 밀실살인 해법과는 거리가 먼 엔딩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독창적인 설정도 흥미롭고, 영상물로 만들어질 만한 여지가 많은 작품인 건 맞지만
본격 미스터리 독자나 ‘예상치 못한 사태’를 즐기는 독자 모두를 만족시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은 이질감이 느껴진 장르 조합에 대해 별 4개만 주고 말았지만,
독자에 따라 별 5개도 부족하다고 호평하는 경우도 적잖을 것으로 보입니다.